[프라임경제] 강의를 위해 서류가방 안에 준비물을 챙긴다. 가방을 열었는데 그 안에 5만원권 지폐가 잔뜩 들어있다. 얼추 봐도 수억은 될 듯하다. 가슴이 뛴다.
이게 무슨 돈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내 돈인 것 같다. 어려운 형편에 한 순간 삶이 바뀔 정도의 큰돈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갑자기 지난 세월의 설움이 북받쳐 몸이 떨렸다. 컥 하는 소리가 목을 통해 나오려는데 잠을 깬다.
손목이 차갑다. 두 번 다시 보기도 싫었던 수갑이 내 손목을 죈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한 감정이 솟는다. 어디선가 모자를 푹 눌러쓴 교도관 두 명이 튀어나와 양 팔을 세게 잡는다. 몸부림쳐도 소용이 없다. 내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입이 꼼짝 않는다. 역시나 눈물이 흐른다. 온 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잠을 깬다.
글쓰기·책쓰기 과정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쓰라 권하고 있다. 그 중에서는 필자의 말을 믿고 따르며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고, 마음은 가득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다시 두 부류로 나뉜다. 글을 쓰니까 정말 사고의 정도가 깊어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져서 내면이 성장함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있고, 솔직히 어떤 점이 나아지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글을 쓰는 이유는 오직 글을 쓰기 위해서다. 무슨 철학적인 오묘한 말 같지만 별 것 아닌 얘기다. 특별한 목적을 두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 결과가 빨리 눈에 보이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조금만 가시적인 성과가 보여도 기뻐하게 되고, 아무런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실망하게 된다.
강의시간에도 늘 하는 말이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은 마음의 평정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흔들림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성장이란 테두리가 굵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백년 성장한 나무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보면, 하늘을 찌를 듯 기뻤던 적도 있을 테고 곧 죽을 듯 좌절했던 적도 있을 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나간 순간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떠올리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기쁨도, 슬픔도 지나고 나면 한낱 순간의 감정일 뿐이라는 사실에 공감한다.
가방 안에 돈이 잔뜩 들어있는 모습을 보고 마냥 기뻤지만, 깨고 나니 허탈함이 몰려왔다. 손목에 찬 수갑에 온 몸이 떨렸지만, 눈을 뜨고 나니 꿈이라서 천만다행이었다.
우리 삶은 모두가 꿈과 다름없다. 한순간의 기쁨이나 찰나의 좌절로 감정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 묵묵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글 쓰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다.
책을 내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유명해지기 위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띈다. 제각기 삶의 목표와 가치를 갖고 있겠지만, 그런 목적으로는 글쓰기의 가치를 제대로 찾기 힘들다.
굳이 성장을 확인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글쓰기·책쓰기 과정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이 맨 처음 필자에게 보낸 글과 지금 보내는 글이 얼마나 격이 다른지, 얼마나 차원이 다른지.
나무가 성장하는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어느 순간 한아름의 품격으로 그늘을 만들어줄 뿐이다. 꿈같은 순간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만의 글을 쓰면 좋겠다. 글 쓰는 삶에 함께한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이은대 작가/<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