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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업무공백 메울 '땜빵 경비원', 진짜 고용주는?

급여 처리 등 업무 계약 경위 종합검토 필요…대법원 판례 주목할 만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1.08 11: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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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이고(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아, 사용자 주장이라뇨, 우리는 결단코 사용자가 아니라니까요? 우리는 **동 Z아파트 주민자치회입니다. 그러니까 동대표들을 뽑고 이들이 주민자치회 회장을 간선으로 선출해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각종 계약과 내용의 관리 등을 하고 있죠. 우리 아파트 단지 입주가 시작된 이래 여러 고충이 많았는데, 이번에 부당해고 운운하는 분쟁까지 말려들다 보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2014년 여름 처음 우리 **Z단지(흔히 동네와 건설사 브랜드명을 합쳐 **Z라고 부르죠) 입주를 시작할 때만 해도 강이 보이고 주변 교통 조건도 좋아서 상당히 기대에 부풀어 이사를 온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Z건설사가 제대로 뒷수습을 안 해줬다고 해야 하나요? 처음 들어와서 입주자 대표회의(지금 우리 같은 경우 주민자치회라는 명칭을 쓰고 있습니다만) 같은 조직을 구성하기 전이니까, 경비업체 선정 등 여러 문제를 좀 여유있게 주도적으로 처리를 해줘야 하는데, 막상 적당한 업체 물색이 어렵다는 이유로 계열사인 Z안전이라는 조그만 업체에 일을 맡겼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이 업체의 업무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고, 2014년 연말까지만 이 Z안전과 계약이 돼 있는 것을 기회 삼아 이 업체를 바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공고를 내 입찰을 부치려고 하니, 매번 유찰이 되는 등 일이 쉽지를 않더군요. 그렇다고 Z안전하고 계속 같이 가기에는 주민들 반대여론이 만만찮았고요.

이때 주민자치회 일을 보는 103동 동대표가 묘안을 냈습니다. 자신이 사업 관계상 아는 A산업에 용역 일을 맡기자는 것이었죠. 물론 A산업은 경비 관련 업체가 아니라서 일부 동대표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설명을 듣고 보니, 오히려 그래서 더 잘된 일이라는 게 103동 동대표의 말이었습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그대로 지금 S안전에서 우리 아파트 단지 경비 일을 하던 이들을 임시채용하는 방식으로 쓰고, 다른 업체 선정하는 일이 잘 처리되면 A산업과는 바로 계약을 해지하는 조건(기한의 조건을 우리가 정식으로 경비업체를 고르는 때에 연동되도록 하면)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었죠. A산업으로서는 경비 문제가 어차피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니, 잠깐 관리감독을 해주면 자다가 떡이 생기는 조건일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따라서 약간 불리한 조건에도 큰 불만 없이 계약을 해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A산업과 이야기를 해 보니 화통하게 받아들여서, 이 같은 조건에 구두로 바로 계약(2015년 5월경)을 했습니다. 막상 A산업에서 경비원들 관리에 나서기는 하지만, 화단 정리 같은 자잘한 일은 우리 동대표나 주민자치회에서 개입하는 조건으로 급여 등은 우리가 직접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A산업에서 시원시원하게 일도 잘 처리해 주고 경비원들을 잘 장악해서 저희는 고마운 심정이었죠.

한편, 시간이 좀 흘러서 관리를 맡길 업체가 드디어 선정(2016년 초)됐는데요. 대기업 계열 보안전문회사인 예스원(이하 Y)이 일을 좋은 조건으로 맡게 되었습니다. 일을 잘 처리했다 해서 주민자치회는 입주 이래 가장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연임도 하게 됐고, 드디어 한 시름 덜었다 싶었죠. 물론 이렇게 Y에서 일을 도맡게 되면서 일부 경비원들이 갈 곳을 잃었다고는 들었습니다. Z건설의 어중간한 뒤처리 때문이기는 했지만, 그간 단지 일을 해주면서 얼굴 마주치던 경비원들이 자리를 잃는 게 우리로서도 유쾌하지는 않았죠.

그러나 도의적으로 찜찜한 것과 우리가 고용주라면서 부당해고 비판을 들어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 아닌가요? A산업에서 처음 Z안전에서 쓰던 경비원들을 인계받을 때 세부 내용을 잘 설명했을 걸로 믿고 있었는데, 계약서를 엉망으로 한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이런 문제는 그곳에 가서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우리는 단지 주민으로서 당장 필요한 정도의 지시나 요청을 한 것이지, 업무 관리감독을 한 것도 아니니 억울한 생각이 안 들 수 없습니다.  

근로자 주장: 안녕하세요, **Z에서 경비 일을 했던 '을'이라고 합니다. 처음에 제가 출퇴근하기도 멀지 않고, 이제 막 지어진 데다 첨단 시스템이 적용된 아파트 단지라 일손도 덜 갈 것이라는 생각에 일자리를 잘 구했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경비원들이 처리해야 하는 잔손가는 업무가 많지도 않았고요, 입주한 주민들 중에 동대표 같은 분들도 화단에 잡초 뽑는 정도나 어쩌다 이야기를 할 뿐, 이래라저래라 '갑질'을 하는 분들도 아니어서 마음 편하게 근무한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사실 경비 일을 맡아줄 업체를 입찰을 계속했는데, 제대로 처리가 안 되는 와중이라고 들었거든요. 나름대로 짜증나는 상황이었을 텐데 우리를 계속 근무하게 해줘서 주민들한테 많이 고마운 마음도 갖고 있었고요.

그런데 우리는 Z안전하고 처음에 비정규직 근무 계약을 할 때, 그냥 이대로 근무를 하겠거니 생각을 했고요. 그 다음에 A산업으로 관리하는 곳이 바뀌었지만 아무 변동이 없이 그 인원이 그대로 근무를 했단 말이죠. 일단 사표를 내고 하루 쉬었다 그런 번거로운 절차도 없었어요. 그냥 중간에 서류 하나 새로 쓰면서 A산업이 고용주로 바뀌나 했을 뿐이지 '하나도 안 자르고 고용은 그대로 간다'는 식으로 얘기를 들었고요. 그때 계약서가 2015년 5월25일부터 2016년 4월24일까지였거든요.

그러고 나서 입찰 끝에 Y에서 용역업체로 들어온다고 했어요. 물론 Y는 대기업이고 전문경비업체니까 사람들을 허투루 뽑거나 어수룩하게 인계받아서 쓰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은 했죠. 우리야 언감생심이었죠. 그런데 Y에서 저희를 계속 일하게 해줄지 기대를 걸게끔 웬만하면 같이 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2016년 연초)에 흘렸다고요. 그래서 우리는 A산업, 주민자치회와 처음 계약서에 2016년 4월까지라 했으니 그게 미안해서 아마 고용을 해달라고 협상을 마무리를 지어줬구나, 편한 대로 그렇게 생각을 했단 말입니다.

사실 A산업은 크게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한 곳은 아니고 서류만 그렇게 올려놓은 곳이라고 경비원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있었고요, 월급을 챙겨준 곳이 주민자치회니까, 주민자치회에서 고용 문제를 손을 써주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막상 이력서니 뭐니 몇 가지 검토를 해보더니, Y에서는 우리 중 반만 새로 계약을 할 수 있고 나머지는 근무 종료를 해달라는 겁니다. 남은 기간이라도 일을 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그게 A산업에서 바로 근무를 종료하는 걸로 원래 계약을 맺어서 다른 데에는 억울하다는 게 소용이 없다는 거예요. A산업에 항의를 할 문제라고 하는데, 막상 그간 잘해준 건 그렇다 치고 주민자치회에서 이렇게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겁니까? 입찰해서 다른 경비원들 불러올 때까지 '땜빵'용으로 그간 우리를 부릴 생각이었다는 건데, 처음부터 말이나 제대로 설명해줬어야지요.

-중앙2015부해1288 사례를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입주 당시부터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 Z산업하고 뭔가 꼬였던 것 같은데, 입주민들을 대표해 쉽지 않은 문제 매듭을 푸느라 노력한 주민자치회(통상 입주자 대표회의)의 고생에는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자기 일을 푸느라 여러모로 아이디어를 낸다는 게 매끄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일자리를 경솔하게 처리하는 식으로 흘러갔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 아쉬운 점이 도의적으로 안타까운 데 그치는 것인지, 법적으로 타당치 않은 것인지 깊이 있는 분쟁으로 번진 터라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물론 경비 관련 업무를 맡길 업체를 입찰에 부쳤는데 잘 처리가 안 된 것도 사실이고, 제대로 일을 마무리하기 전에 생기는 업무 공백을 메우는 노력이 모두 틀렸다 할 수는 없습니다. A산업을 선정해 임시로 중간에 불확정 기간에 일을 맡아달라고 한 것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기간이 이렇게 정해진 경우 즉 계약 종료의 기한이 어중간하게 일을 맡기면 당연히 그 일에 종사할 이들도 불안한 상태에서 고용돼 근로를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아르바이트로 경비 업무를 볼 사람을 모집해서 써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런데 주민자치회와 A산업에서는 기존에 Z안전에 고용돼 일을 하던 비정규직 경비원들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이들을 잘 활용하자는 식으로 의기투합합니다. 물론 그냥 이들에게 이런 조건이니 마음에 안 들어도 근무를 하겠는지, 툭 터놓고(명시적으로) 처리를 했다면 불만이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어차피 비정규직이고 고용을 승계해 달라고 주장할 처지가 아닌 것은 서로 뻔히 아닌 것이라는 이유로 이 부분이 간과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계약서에도 1년짜리 계약을 하는 것으로 처리를 해놨죠.

사건 내용 중 드러나는 것처럼 A산업은 경비업에 다른 수요가 있거나 해서 다른 일자리를 주선할 능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터에 주민자치회에서도 1년 계약으로 이들을 유혹하는 불합리한 처리에 적극 가담했는지 명확치는 않지만, 적당히 쓰다 해고를 하거나 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들은 급여를 직접 지급하고 업무에 대해서도 지시를 하는 등 사실상 관리업체 없이 직접고용을 한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A산업이 이른바 '바지사장'이라고 못 볼 사정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A산업의 일처리 못지않게 Y에서도 기대만 부풀리는 '희망고문'을 한 건 문제입니다. 하지만 Y에서 들어와서 사실상 고용을 승계받지 않고 이들을 많이 해고한 것은 제대로 재량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부분입니다. 이제 문제의 쟁점은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지위에 대한 법리 해석으로 모입니다.

대법원에서는 2015년 6월에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러한 약정이 이뤄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고찰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한다"고 했습니다(2012다55518 사건).

결국 그간 크게 경비원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하지 않고 원만히 대해온 것 같으면서도, 이 사건 주민자치회에서는 입찰 문제를 제대로 마무리할 때까지만 A산업을 내세워 잠깐 쓴 후 버리자는 생각으로 경비원들을 바라봐온 셈입니다. 일자리이고 사람인데, '땜질'하듯 메울 수 있다고만 생각한 것이죠.

이는 어찌 보면 가장 큰 갑질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우리 모두 이렇게 평소에는 선량해 보이지만 마지막에는 비정하기 이를 데 없는 갑 노릇을 하는 데 익숙해진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