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악아카데미 강좌를 듣던 중 창덕궁을 견학하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절경에 반했습니다. 그때 '관객들을 여기로 데려올 수 없다면, 그들에게 이 장면을 가져다주자'라는 마음을 품게 됐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문화유산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만들고 노래하는 '비단'입니다."
김기범 케이앤아츠 대표는 잠자는 문화유산을 개발해 잘 팔리는 문화콘텐츠로 만들겠다는 일념에 지금의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케이앤아츠는 2013년 6월 설립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퓨전 국악밴드 '비단'의 기획사다. 여성 5인조로 구성된 비단은 최근 2집 앨범에 이어 △화랑 △제주해녀 △홍길동 등을 주제로 한 3집 앨범을 제작 중이다.
현재 케이앤아츠는 일자리창출사업을 통해 뭉친 비단 단원들을 포함, 정규직원 6명이 함께 힘을 합쳐 사업을 꾸리고 있다. 이들의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문화유산의 경제적 가치 창출 '음악+영상' 전달력·이해도↑
대중음악업계에서 10여년을 활동한 김기범 대표는 타성에 젖은 자신에 대한 반성과 도전정신에 이끌려 상업적으로 미개척된 '국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시장에 부딪히고자 가장 큰 행사공연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퓨전 국악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국악은 나라의 역사가 담긴 노래인 만큼 음악적 표현을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며 "비단은 짧은 행사공연 내에 국악의 핵심가치인 전통성을 직접 알리고자 2분가량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공연 전에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비단의 음반에 수록된 곡 모두 우리나라 문화유산 훈민정음, 한식, 춘향전 등을 주제로 한다. 케이앤아츠는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고 효율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고자 각각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8개 국어로 제작한 미니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비단의 국내, 국제행사 비중은 각각 50%로, 외국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사랑받는 케이앤아츠만의 비결이다.
지난 4월에는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공기업 남동발전의 후원을 받아 진주의 문화유산인 '논개' 소재의 '가락지의 꿈'과 논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진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펼치기도 했다.
◆10년 후 연매출 10억 바라보며…제2 비단 양성할 것
케이앤아츠는 MICE(국제행사) 공연시장을 메인 타깃으로 삼았다. 사업이나 외교, 학술 분야 등 다양한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유산을 공연으로 소개하는 것.

많은 국악팀이 해외공연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김 대표는 "주로 정부지원을 받아 수천만원의 경비를 들여 며칠 해외공연을 다녀도 현지에서 만나는 관객들은 교민 또는 해당 지역 내 주민이 대부분"이라며 "그러다 보니 자체 수익을 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해외공연 또한 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인 만큼 그 자체로 큰 의의가 있지만, 우리처럼 당당히 출연료를 받으면서 한국을 찾는 전 세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소개하는 쪽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케이앤아츠의 현재 연 매출 규모는 약 1억원. 10년 후에는 10억원을 목표로, 지금은 작지만 견실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사업이 안정된 후에는 서울 다음으로 국제 행사가 많이 열리는 제주도에 제2의 비단을 양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 대표는 이를 이루려면 시간·공간적인 제약이 있는 공연만으로는 쉽지 않고 음악과 영상처럼 무한복제가 가능한 콘텐츠와 저작권 판매가 병행돼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외에도 케이앤아츠는 문화유산 콘텐츠를 소스로 다양한 부가상품 개발에 나섰다. MICE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행사 사은품, 전통 기념상품들도 기획하고 있다.
다음은 김기범 대표와의 일문일답. ▲퓨전 국악밴드 '비단'의 뜻은? -비단은 옷감의 일종이죠. 조선시대에 임금이 외국 사신들이나 공을 세운 장수들에게 비단을 하사했듯 비단 밴드도 이처럼 가치있는 음악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비단결 같은 고운 마음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자'는 신념 아래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주소 등도 '비단결'로 통일했습니다. ▲지난달 선보인 '문화유산 모바일 가이드' 서비스란? -문화유산 모바일 가이드는 훈민정음, 한식, 한옥, 춘향전, 논개 등 현재 11가지 문화유산을 주제로 8개국 언어로 제작한 총 88편의 다큐멘터리부터 비단의 뮤직비디오까지 QR코드로 연동되는 서비스입니다. 이는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도 쉽게 한국의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케이앤아츠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국악은? -그간 수십년간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문화의 현대화와 세계화'가 추진돼왔지만, 대부분 장르 간 어색한 콜라보레이션이나 단편적인 차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케이앤아츠는 무엇보다 문화유산의 겉모습이 아닌 '가치'를 상품으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훈민정음의 디자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애민정신', 조선시대 궁궐의 화려한 단청무늬가 아닌 '자연주의 건축정신', 심청전의 스토리에 담긴 '효 사상'처럼 문화유산 본연의 인문학적 가치를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죠. ▲케이앤아츠의 사회적 역할은? -케이앤아츠는 젊은 국악인들이 전공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정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주고자 합니다. 학교 졸업 후 한정된 취업분야에 갈 곳을 잃고 다른 길로 돌아서는 국악인들이 늘고 있어요. 국악인은 특히 중학생 때부터 시작, 10년 가까이 전공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전공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고 일자리 폭도 좁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사공연시장에서 퓨전 국악이 인기를 끌자 일부 여성 공연자들을 보면 의상 노출이 심해지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등 전통성을 잃고 있어요. 음악공연이 아닌 대중음악처럼 보여주기 위한 무대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죠. 전통 국악은 젊은 세대들에게 쉽게 즐기기 어렵고 퓨전 국악 또한 점점 자극적으로 변질돼 안타깝습니다. 저는 비단 단원들에게 행사 공연장의 눈요기가 아닌 음악인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무대를 꾸려주고 싶어요.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국악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