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구사일생일까. '위기'라는 말을 단짝친구처럼 데리고 다니던 현대차 아슬란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아슬란은 지난 10월 전년동월 대비 36% 감소했지만, 전월대비 144.9% 증가한 240대가 판매됐다. 이는 올해 들어 지난 1월 266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월 판매량이다.
지난 2014년 아슬란은 '수입 브랜드 타도'를 외치며 당당하게 등장했지만, 그동안 '실패작'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허덕였다.
업계 관계자는 "아슬란은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떠남으로써 사실상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 위치에 있음에도 그동안 시장평가는 물론, 판매량 면에서도 무게감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아슬란은 지난 7월 판매량이 80대로 떨어진 뒤 8월 91대, 9월 98대로 3개월 연속 100대를 밑돌았으며, 프로모션 강화에도 좀처럼 수요가 붙질 않았다. 급기야 지난 7월 아산공장에서 생산된 아슬란은 불과 34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에 1대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슬란은 매달 실적이 나올 때마다 단종 및 판매중지 등의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9월 아슬란의 부진을 끊기 위해 새롭게 단장을 마친 2017년형 아슬란을 선보였는데, 연식변경 모델치고는 엄청난 공을 들였다. 더욱이 현대차의 이런 움직임은 대게의 연식변경 모델이 연말에 나오는 것과 대조됐다. 즉, 현대차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당시 현대차 고급세단 대표주자인 신형 그랜저 출시가 출시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국내 자동차시장 분위기 역시 5년 만에 완전변경으로 돌아오는 신형 그랜저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웠던 상황.
때문에 업계는 현대차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2017 아슬란'이지만 판매량 부진을 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아슬란의 10월 판매실적은 이전과 달리 개선되는 등 운명이 연장된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지난 9월 연식변경 모델 출시를 2~3달 앞당겨 판매를 시작한 것이 판매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현대차가 정부 주관의 쇼핑관광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KSF)'에 아슬란을 추가한 것이 주요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브랜드 간판모델인 △쏘나타 △그랜저 △싼타페 모델에 대해서만 총 5000대 한정으로 5%에서 최대 10%까지 할인하는 KSF 연계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하지만 2주 만에 5000대를 모두 소진하자 5000대 추가판매를 결정했고, 2차 할인판매에서는 기존 차종 외에 2016 아슬란을 비롯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i40를 포함시켰다.
현대차 관계자는 "추가판매 5000대 가운데 아슬란이 몇 대 판매됐는지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KSF에 참여한 것이 아슬란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KSF는 지난 10월 말로 끝났지만 2016 아슬란에 대해 자체적인 세일 페스타를 진행해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11월에도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했다. 신형 그랜저가 사전계약 개시 하루 만에 계약대수 1만6000대로 역대 최대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돌풍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가 꼭 필요한 타이밍에 현대차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며 "신형 그랜저는 신차효과에 따른 판매량 증가 외에도 연말 법인차량 교체 수효가 늘어나는 등의 특수까지 누릴 것으로 보이고 있는 만큼 아슬란의 판매량은 다시 100대 미만으로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달 25일 신형 그랜저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서 아슬란 단종 계획과 관련해 "아슬란 상품기획 당시 수입차에 대해 내수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했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했다"며 "하지만 아슬란을 단종시키는 것을 당장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이어 "아슬란은 최근에도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방향성을 놓고 활용할 수 있다"며 "대량 판매목적인 아닌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