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오픈마켓들이 해외 '역직구' 판매방식에 집중하면서도 이에 대한 사전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영문·중문사이트를 운영하는 온라인몰에 한글 표기가 일상화되면서 외국인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
실제로 에어컨을 구매하려던 미국인 A씨는 'Air-Conditioner'로 검색해 제품을 구매했으나 제품 상세설명이 한글로만 돼 있어 냉풍기를 구매했다. 해당 쇼핑몰에 항의했으나 제품을 사용한 경우 제품에 문제가 없는 이상 반품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오픈마켓에서 블라우스와 바지를 구매한 중국인 B씨의 경우 사진과 실제 받은 제품의 색상이 다르다고 항의했지만 한글로 쓰인 상세표시에 고지된 사항이라는 이유로 교환을 받을 수 없었다.
앞서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11번가 △G마켓 △인터파크 △현대H몰, 4개 업체의 글로벌 쇼핑플랫폼은 판매상품 상세정보를 절반 가까이 한글로 표기했다.
총 10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영문사이트의 52개 제품 중 30개(58%) 제품의 옵션 선택 부분이 한글로 표기돼 있었다. 또 중문사이트에서는 48개 제품 중 40%인 19개 제품 옵션이 한글로만 표기된 채 판매됐다.
'K-뷰티'라 불리며 한류열풍의 중심으로 떠오른 화장품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피부타입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 부분뿐 아니라 제품 구매 시 확인해야 하는 화장품 성분표기까지도 한글로만 표기됐다.
이에 대해 G마켓 관계자는 "글로벌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언어적 장벽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외국어 사이트라고 하기엔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도 맞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인터파크 관계자 또한 "본사 측에서 보다 꼼꼼히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 외면을 피할 수 없으므로 계속 개선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응대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오픈마켓 판매 시스템에 있다고 분석한다. 오픈마켓은 개인이나 업체가 구매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는 업체가 중간에서 모든 제품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법적 규제도 없어 한글로 된 제품 설명을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오픈마켓 차원의 개선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G마켓은 판매자들에게 본사 차원에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월 4회가량 오프라인 교육을 실시 중이다. 인터파크 역시 해외채널 판매경험이 없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본사 측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오픈마켓의 글로벌 쇼핑플랫폼의 한글 표기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개선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파크가 지난 2014년 외국어 쇼핑사이트를 오픈했을 당시에도 제품명과 제품설명이 한국어로 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같은 문제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이다.
당시에는 외국어 쇼핑사이트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데다 해외 역직구 시장 또한 크게 성장하면서 외국어 쇼핑사이트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국내 오픈마켓들은 역직구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역직구 거래 금액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2.4% 성장했다. 이렇게 뛰어난 성장률을 보인 만큼 오픈마켓들의 책임감과 준비성은 이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뷰티·패션·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K' 열풍이 계속되면서 한국 제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 소비자들은 항상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 분명하다. '소 잃기 전'에 이들을 위한 완벽한 쇼핑환경 구축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