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우조선해양(042660)이 2일 서울 중구 사옥에서 CEO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우조선 존립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한 자구계획 이행상황과 향후 경영계획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정성립 사장과 김열중·조욱성 부사장이 참석했다.
정 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지난해 10월 이후 1년간 대우조선은 생사의 기로에서 사투를 벌여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자금지원 결정 당시에는 몰랐던 수주절벽 및 앙골라 소난골사의 드립십 인도 지연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 등에 따른 추가 자구계획을 실행해야 하는 등 문제가 여전히 산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현재 크게 세 가지 방향의 자구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먼저 본업인 조선·해양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자회사와 부동산 등 물적자원을 매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골프장·서울 다동 본사 및 영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동산 매각이 진행 중이며, 해운사업부문 14개 자회사를 순차적으로 매각·정리 중이다.
아울러 저비용·고효율을 위한 인적구조 개혁에 나섰다. 현재 1만2600명 규모의 본사 인원을 희망퇴직과 분사를 통해 올 연말까지 1만명 이하로 줄이고, 이후로도 순차적인 절감을 통해 오는 2018년에는 8000명 이하까지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내년부터는 무급휴직을 시행해 남은 임직원들이 고통 분담에 나서고, 성과연봉제 도입 등 제도 정비를 통해 고임금 구조를 개선한다.
또 각 사업부문의 규모를 줄이는 등 사업 최적화를 도모한다. 구체적으로 △선박사업 4조원 △해양사업 2조원 △특수선 1조원 규모, 연매출 약 7조원으로 사업구조를 현재보다 50% 다운사이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부실수주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 수주심사 위원회를 상설화하고 RG 발급 시 외부 금융기관의 조사를 받는 등 사전적정성 검토 기능을 강화한다.
정 사장은 "국민들의 혈세를 받아 연명하고 있으나 우리 기술과 잠재력 만큼은 어느 조선소보다 최고라는 점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여기 더해 "저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들은 회사가 이름이 바뀌고 합병되는 것에는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옥포조선소의 시설과 기술이 가진 잠재력만큼은 생존해야 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성립 사장과의 일문일답.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에 여러 내용이 포함됐는데 방산부문 IPO와 매각 등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도 답변한 바와 같이 방산부문은 현재 회사 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문으로, 현재 방산에 대한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방산부문 물적 분할은 일부를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며, 자회사가 돼도 대우조선과 하나의 몸임은 변함이 없다.
-3분기 실적 발표가 늦어지는데 이번 분기부터 흑자 전환됐나? 연 누적 실적은 어떤지?
▲현재 회계법인의 결산 검토가 진행 중으로 아직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대우조선의 회계법인은 1년간 지정돼 있는 지정법인이다. 내년에는 또 다른 회계법인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통상의 회계법인보다 또 다른 기업들에게 하는 것보다 훨씬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7조5000억원을 선박신조사업에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것이 업계에, 특히 대우조선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
▲해당 내용 중 실질적으로는 약 6조원 내외가 방산 분야에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이나 현대중공업이 주로 건조하는 대형 함정 및 전투함보다는 중소형 경비정 규모의 선박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 조선소보다는 중소형 조선사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계 시황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이에 대한 대우조선의 계획은?
▲조선업계는 다들 예측하다시피 오는 2018년까지는 호황이라고 부르는 단계로는 진입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업황이 조금 나아지는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게 현재 나오는 예측이다. 그나마 대우조선이 타사보다 경쟁력을 가진 대형 탱커와 LNG선이 빠르게 과잉공급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2020년에는 LNG선에 대해 현재 조선소들의 과잉공급 상황을 해소하고도 선박 신조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해양비지니스에 대해서 앞으로 대우조선은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해양플랜트에 대해 여러 방면의 플랫폼을 수주하고 건조해왔는데 앞으로는 대우조선이 가장 경쟁력을 가진 플랫폼에 대해서만 수주에 뛰어들 생각이다.
-내년 시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올해 수주상황이 나빠 현금 순환이 부족하고 94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되는 등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대우조선은 현재 기준으로 약 350억달러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약 100억달러 이상 우위를 점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수주잔량이 오는 2018년 만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연 50억달러 정도가 더 입금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신규 수주를 어느 정도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올 연말까지 약 20억~25억달러 규모의 수주실적을 거둘 것으로 본다. 기존에 한 차례 수정한 수주 목표보다도 확연히 모자라는 실적이다. 따라서 회사 내부에서도 추가 비용절감을 통해 현 5조3000억원의 자구계획에 추가로 7000억원을 마련하는 계획을 세웠다.
-조선업계 구조조정 컨설팅을 진행한 맥킨지 보고서에 '대우조선은 독자생존력이 없어 빅2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파장이 일었는데.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과거 5년간 조선사들의 영업이익률이 그대로 향후 5년에도 반복될 것이라 주장했는데 이 논리에는 대우조선이 현재 진행 중인 자구계획은 전혀 담기지 않아 반박했다. 이와 별개로 조선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빅2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다만 현재 빅2체제로 가려면 지금 당장 대우조선을 폐쇄하든가 아니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방법뿐인데 이는 현 상황에서 불가능하다. 차라리 대우조선을 정상화해 기업의 상품가치를 높인 후 제값을 받고 처리하는 것이 훨씬 경제성 있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