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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7급 공무원이 대기업에 간 까닭은?

공무원의 행정 정책 전문성 민간기업 업무에 활용

윤요섭 기자 기자  2016.11.02 13: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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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부산시의 민·관 간 이해 증진과 상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민간근무휴직제'가 9개월째 순항 중이다. 민간근무휴직은 공무원이 휴직 후 일정기간 민간기업에서 근무하고 다시 복직하는 제도다.

부산시에서는 민간과의 교류를 통해 공무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현장 적합도가 높은 정책 수립을 위해 2016년 2월부터 민간근무휴직제를 도입했다. 현재 2개 기업(르노삼성자동차, 비엔그룹)에 공무원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만 해도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상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초기의 우려와 달리 현장에서 기업의 호응이 뜨겁다.

공직 10년차 모진철 주무관은 르노삼성 부품공장에서 생산성·품질 향상팀의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해운대구에서 녹산공단까지 출근을 위해 매일 아침 5시30분에 나서도 교통정체 등 출근하는 데만 2시간 가까이 걸린다. 녹산공단 근로자들의 출퇴근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모진철 과장은 "공직 10년차가 지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무렵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위해 과감하게 민간근무휴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작업자 관리 및 교육 등 업무를 추진하면서 생산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 행정기관의 불합리한 규제들을 찾아보고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당찬 포부도 전했다.

처음에는 공무원 근무를 꺼려하던 기업측에서도 지금은 매사에 성실하게 임하는 모 과장을 인정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르노삼성의 임채현 팀장의 말을 빌리면 적응도 굉장히 잘하고 있다. 관공서의 문서 작성법이라든지 배워야 될 부분이 있고, 코스트(사업상의 지출) 개념, 관리 매니지먼트 개념은 우리에게서 배울 점이 많았을 것이라는 제언이다.

공무원 경력 12년차인 정종식 주무관의 하루도 녹록지 않다. 비엔그룹 비서실 경영기획팀에 근무하는 정종식 차장은 업무 매뉴얼 작성, 사업 홍보, 계열사 애로사항 청취, 정부의 각종 협력사업 협의 등 쉴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정종식 주무관은 "민간부문의 지속적인 혁신과 인적·물적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등 배울 점이 너무나 많다"며 웃어 보였다.

비서실의 차오근 경영기획팀장은 "이 제도가 과연 초기에 정착할 수 있겠느냐 걱정이 있었는데 의외로 서로 알고 있는 지식, 또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부산시의 성공적 운영은 대상기업 선정에서부터 근무자 선발, 근무조건 등 민·관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결과다. 특히 3~4급 간부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중앙부처와 달리 부산시는 7급 실무자급을 선정해 고액연봉 및 민관유착 등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평이다.

기업 입장은 민간근무를 통해 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민간과의 교류 확대는 딱딱하고 비효율적인 공무원 문화에 민간기업의 활력과 효율성을 이식할 수 있다. 공무원은 직접 현장을 경험함으로써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무원은 기업애로와 산업현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민간기업은 공무원의 행정경험과 정책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시정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직의 개방과 공무원의 민간근무 등 쌍방향 인적교류를 확대할 것" 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