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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솜이라고?" 폴리에스터 충전재 '괄목상대'

구스다운 등 부럽잖은 제품 개발 가능…우수기업 개발 노력도 한몫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1.02 11: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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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강추위가 11월 초순 한반도를 덮친 가운데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한 소비자들의 구매 손길도 바빠질 전망이다. 특히 폴리에스터 소재가 패딩 부문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흔히 '화학솜'이라 불리던 폴리에스터는 천연 목화솜을 대체하는 훌륭한 소재지만 '마지못해 쓴다'는 싸구려 인식이 개발 초기부터 따라붙어 최상급 소재로 성장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종 동물 털이나 다운(가슴 솜털) 소재의 인기몰이 한편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면서 시장 주요 키워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더 이상 비운의 소재가 아닌 것이다.

이 같은 반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패딩이라는 원어의 뜻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패딩(Padding)은 흔히 솜 등을 둬 누빈 두툼하고 푹신한 옷을 통칭하는 말로 쓰이지만, 원래는 푹신하게 만들거나 형체를 잡기 위해 안에 대는 속, 충전재를 가리키는 단어다.

결국 푹신하고 형체가 자연스럽게 잡히는지 여부, 혹은 같은 두께라면 얼마나 따뜻함이라는 보온 충전재 본연의 역할을 더 잘하는지 등에 따라 패딩 소재로서의 우열이 갈린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덕다운이나 구스다운 같은 천연 소재 대비 폴리에스터 등이 '필파워' 즉 일단 털이 눌렸다가 원상태로 복원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상식(소재 1온스를 24시간 압축한 후 압축을 풀었을 때 부풀어 오르는 정도로 비교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통해 패딩 충전재로서 거듭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패딩 충전재로 현재의 폴리에스터가 갖는 매력은 새 고객 유인 포인트로 부족함이 없다는 것. 과거의 ‘높은 가성비' 이상의 새 만족 요소가 더해졌다는 얘기다. 

일례로 제이피코리아 크리에이티브에서는 다운을 대체할 수 있는 충전재 노바다운을 개발, 프리뷰 인 서울(Preview in SEOUL 2016)을 통해 시장에 선보였다. 노바다운은 마이크로타입의 4중공채널의 기능성 폴리에스터로 만든 충전재다. 기존 다운보다 20% 정도 높은 보온성을 유지한다.

신슐레이트나 웰론 등도 일종의 기능성 솜은데 폴리에스터의 친척으로 볼 수 있다. 폴리에스터의 활약상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그 범위가 더 넓어진다.

보온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클럽을 다루기 편한 골프 패딩을 만들기 위해 여러 브랜드에서 기능성 폴리에스터 충전재를 적극 사용한다. 푸마 골프에서 출시한 F3(feather free fill)을 예로 들자면, 모든 폴리에스터 충전재가 단순히 구스다운보다 저렴하고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입증하고 있다.

홈플러스 패션브랜드 F2F가 겨울 시즌을 대비, 지난달 말 의류 신상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내세운 대표상품 중 하나가 바로 폴리에스터를 넣은 베이직 패딩 조끼와 점퍼였다. 폴리에스터 소재의 미세솜털로 속을 채워 가볍고 따뜻하다는 평이다.

여성용으로 하체를 덮는 긴 라이트점퍼도 함께 출시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는데, 여성들이 싫어하는 두꺼운 패딩을 지양한 제품이 가능했던 게 바로 이 폴리에스터 충전재의 힘이다.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라푸마도 커플 점퍼를 내놓을 때 충전재로 신슐레이트를 채택했다. 보온성과 투습성이 뛰어난 3M사의 신슐레이트 패딩솜으로 간절기부터 초겨울까지 착용 가능한 제품을 내놓은 것.

이처럼 다양한 제품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폴리에스터는 제2 전성시대를 맞을 채비를 마친 셈이다. '동물 학대'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는 천연 소재에 비춰 착한 소비를 견인하는 인공적 소재의 역설을 폴리에스터 충전재가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