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돼지값 정산체계의 개편 문제가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박피와 탕박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돼지고기 도축작업 방식은 두 갈래가 있다. 박피는 도축 과정에서 돼지의 가죽을 인력이나 기계적인 수단으로 벗기는 것이다. 한편, 탕박은 도축 과정에서 돼지를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물을 분사해 털을 뽑는 작업이다.
이런 가운데 돼지값 정산체계의 기준가격은 오래 전 박피(돼지껍질을 벗겨낸 지육)를 기준으로 하던 관행을 따랐지만 점차 탕박(뜨거운 물에 돼지털을 제거한 지육)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논의돼왔다.
현재는 박피로 처리, 거래되는 비율이 전체 물량의 2%선에 불과해 박피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을 만한 아무런 대표성이 없을뿐더러, 가죽을 벗겨 유통하게 되므로 박피 작업으로 얻은 고기가 상대적으로 위생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한돈협회 등과 돼지 가격 정산기준 등급제 전환을 위한 협약을 지난해 12월 맺었다. 또한 도드람양돈농협이 3개월간의 시범적용 기간을 거쳐 지난 7월부터 완전 탕박등급별 정산을 실시하면서 돈육유통시장 전반에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돼지값을 결정하는 지급률을 놓고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지급률은 살아 있는 돼지를 출하하는 농가가 육가공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정산받게 되는 가격의 비율로, 박피 정산은 68.5~69.5%, 탕박 정산은 75% 안팎에서 결정된다. 어려운 이야기를 빼자면, 지급률에 따른 가격 차이가 크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탕박 혹은 박피 정산을 결정한 이후에도 농가와 육가공업체 사이의 신경전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탕박이 대세라 하더라도, 밀어붙이기 식으로 처리되는 상황 자체에 대한 서운함에 더해 그 대세 바람을 타고 경제적 요인을 추구하는 일부 업계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논란이다.
실제로 전라북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육가공업체들이 농가와의 계약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이를 따르지 않는 농가들의 돼지 구매를 거부할 조짐을 보여 원망을 들었다. 축산농가 돕기 차원의 대책이 필요했다는 얘기지만 이것이 늦게 논의 및 검토되면서 밀어붙이기 탕박에 대한 거부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돈협회나 농협 등의 노력으로 일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기습적인 지급률 조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때문에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풀어주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리 큰 틀에서 탕박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는 하나 육가공업체들이 돼지값이 낮은 시기를 틈타 농가들을 압박하는 듯한 양상을 보인 점은 분명 문제였다.
농가들이 돼지값을 더 받는 것 못지않게 육가공업계가 지혜를 나누는 동반성장 파트너로 농가들을 인정해 주지 않는 한, 탕박 대 박피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