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백화점과 대형마트, 오픈마켓의 소비 통념이 변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식품, 백화점에서는 의류를 주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면 이제는 반대다. 여기에 오픈마켓까지 자체 의류브랜드(PB)를 내세워 패션시장 공략에 나서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6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백화점은 대부분의 제품에서 고르게 소비 회복세가 나타났다. 식품 4.3%, 의류·잡화 2.7%로 의류보다 식품이 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비해 대형마트의 경우 올 상반기 의류부문에서 1.8% 매출이 성장했으나, 식품부문 매출은 오히려 0.9% 감소했다. 오픈마켓의 경우 패션·의류부문에서 30.8%의 높은 성장세가 두드려졌다.
이는 지난해부터 불어온 '먹방' '쿡방' 열풍으로 식품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식품들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 더해 국내 대형마트 3사에서 좋은 품질의 자체브랜드 의류를 내놓으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것도 판매구도 변화의 원인이 된 것으로 진단된다.
◆백화점 식품관, 유명맛집·먹거리 한 곳에
이런 변화에 따라 백화점 업계에서는 국내 맛집이나 해외 유명 먹거리를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본점 14층 식당가를 새롭게 오픈하면서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스타셰프 최현석의 유러피안 캐주얼 레스토랑 '엘본더테이블'을 입점시켰다.
엘본더테이블은 분자요리 등 최현석 셰프의 창의적인 요리를 모던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어 신사동 본점의 경우 최대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강남권 백화점 식품관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다음 달부터는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리뉴얼에 들어간다. 소비자들이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푸드마켓'을 지향점으로 매장 넒이를 기존보다 30%가량 더 넓히고 국내외 유명 맛집도 입점시킬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 2009년 강남점 식품관을 유럽풍 체험형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이는 백화점 식품 열풍의 시초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14년에는 전 세계 10개국 30여개 식음 브랜드가 입점한 맛집 거리 '파미에스테이션'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스타필드 하남에 잠실 올림픽주경기장보다 큰 1만224㎡(3100평) 면적에 전문식당가를 개소했다.
신세계는 경쟁이 치열한 디저트부문에서 타 백화점들과 차별화를 꾀하고자 국내 디저트 시장 최초로 타이완의 대표 간식으로 꼽히는 '펑리수'를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세계가 유치한 펑리수 브랜드인 '치아더'는 타이완 여행객들에게 필수 쇼핑리스트로 꼽히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브랜드다. 유통기한이 짧다는 단점에도 하루 20만개, 연간 8000만개 이상의 제품이 판매된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2014년 무역센터점 식품관을 리뉴얼한데 이어 작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을 꾸리며 백화점업계 식품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유명 맛집 유치를 위해 식품 상품기획자와 셰프 등 외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식품개발위원회도 꾸렸다는 전언이 나온다.
◆'싸구려 옷' 오명 탈피한 대형마트, 오픈마켓 PB 의류는?
백화점들이 식품에 집중하고 있을 때 대형마트들은 도리어 패션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각 업체들은 '대형마트 옷은 싸구려'라는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품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유명 패션 브랜드와의 콜레보레이션 등을 통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0년 자체 패션브랜드 '데이즈(DAIZ)'를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내세웠다. 지난 8월에는 데이즈를 종합패션 브랜드로 리뉴얼과 동시에 해외 명품의류,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다.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이라는 기존에 강점에 차별화된 패션까지 갖추겠다는 포부에서다.
실제로 이마트는 스타필드 하남에 데이즈 전문점을 오픈하면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라르디니'와 협업 제품을 내놨다.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 역시 약 1년2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올 3월 자체 SPA브랜드 '테(TE)'를 출시했다. 생산방식의 변화로 기존 자체브랜드 의류의 한계로 꼽히는 평범함과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면서도 트렌디한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 1월 롯데마트가 한상혁, 고태용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해 선보인 맨투맨 티셔츠는 출시 1주일만에 타 제품보다 3배 넘게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면서, 테 브랜드에서도 협업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0년 내놓은 자체 의류브랜드 '플로렌스앤프레드'를 지난해 'F2F'로 리뉴얼 론칭했다. 최근에는 패션기업 파크랜드와 손잡고 부산 지역에 SPA브랜드숍 '제너럴 리퍼블릭'을 오픈하며 패션사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의 꾸준한 품질개선 노력에 힘입어 타 유통채널에 비해 의류제품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마트 데이즈가 웬만한 백화점 의류제품보다 품질이 낫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렇듯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류소비 트렌드에 따라 인터넷에서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지면서 오픈마켓에서도 패션 관련 움직임이 등장했다. SK플래닛 11번가가 최근 패션 자체브랜드 '레어하이(RAREHIGH)'를 론칭한 것.
레어하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공동기획한 캐시미어 소재의 여성제품들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는 등 좋은 소재를 위시한 심플한 디자인의 상품들을 SPA 브랜드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레어하이 론칭에 대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고급 소재 의류는 꾸준한 관심을 모은다고 판단해 자체 의류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픈마켓의 자체 브랜드 운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 자체브랜드를 통해 타 업체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 볼 수 있지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오픈마켓은 판매자들에게 거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판매자들의 상품과 겹치는 자체브랜드 상품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