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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회사 쪼개기는 '간이해고' 꽃놀이패?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0.26 15: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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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이고(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세요? 저희는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물산이라는 회사입니다. 임대업이라고 하니 대단한 부자같지만, 오래된 빌딩 하나를 운 좋게 경매로 잡아서 세를 받는 수준입니다. 물론 원래 남의 상가건물에 경비를 파견하고 각종 용역관리를 해주면서 관리비를 받던 시절에 비하면 많이 성장한 것이지만요.

그런데 이번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저희 회사가 소환된 건 다름 아닌 저 상가 때문입니다. 저희가 그래도 명색 빌딩을 관리하게 되면서 남의 집 살이를 청산하고 임대업자 등록을 했는데요. 그 부분에 트집이 잡혔답니다.

원래 1992년부터 저희가 청소와 경비 등 사람 몇을 두고 ○○상가의 관리업을 하다 보니 의료보험 등 여러 처리해줘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상가 관리사무소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의료보험과 고용보험 등의 등록을 해줬습니다. 이번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A 노인도 사실 이때부터 동고동락해온 사이입니다.

IMF 구제금융 당시 싸게 나온 빌딩을 경매로 잡았고, 드디어 사옥(?)이 생겼습니다. 남들의 위기가 우리에겐 기회가 된 것이죠. 어쨌든 주소를 **빌딩으로 새 사업자등록을 하자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원래 관리사무소 대표이던 저와 제 집사람 등 몇 안 되던 구성원들은 주소를 이 **빌딩으로 이전했습니다. 당연히 설립된 새 회사 임직원으로 자리를 옮겼고요.

○○상가 관리사무소에는 기존에 경리일을 보던 B 여사만 사무직으로 두고, 청소나 경비일을 할 직원만 남겨뒀습니다. 다 해서 4명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제가 회사를 갖고는 있지만, ○○상가 관리사무소와 **물산은 엄연히 다른 회사입니다. 회계 담당자가 따로 있으니 당연히 B씨 중심으로 회계업무처리, 근로자 급여 등을 분리해 지급 및 관리해왔고요. 인사관리도 별개로 했습니다.

그런데 A씨가 점차 나이가 들면서 일에 힘이 부치는지, 근무태도가 별로 안 좋아졌고요. 부득이 구두로 해고 통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해고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등 이야기를 하니 저희도 억울합니다.

근로자 주장: 안녕하세요? ○○빌딩에서 일하던 A라고 합니다. 제가 저기서 청소 등 잡무를 해온지도 20년이 넘었네요. 오래 일해왔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별 설명도 없이 그날 아침에 불러서 달랑 말로만 해고를 한다고 하니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청소 일은 보통 젊은 사람들은 하지 않기 때문에, 해고를 당할 정도로 소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지역 가까운 곳에 다른 빌딩들에 물어보시면 제가 유난히 나이가 많거나, 출퇴근 시간 등을 고려해도 그렇게 한가한 조건도 아니었다는 걸 아실 겁니다.

원래 사장님(이제는 **물산 대표라고 불러달라네요)이 사업이 커지면서 저희 ○○상가에 관심이 적어진 건 사실입니다. 돈 관리하는 경리 일이며 모두 손을 놓으셨으니까요. 사실상 저희는 각종 업무 등에도 B 여사(사장님은 예전에 부르던 대로 B씨라고 하는데, 벌써 그 사이 앳된 처녀에서 애들을 줄줄이 낳은 학부형이 됐죠)의 이야기를 듣고 처리했습니다.

물론 나이든 입장에서 오래 같이 일하던 경리 담당자가 갑자기 인사니 뭐니 다 관리하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회사 상황이 바뀌었으니 그런가 보다 했죠.

하지만 지금 사장님 말씀은, 사정이 그렇게 됐으니 자기가 운영하는 **물산과 ○○관리사무소는 별개라는 얘깁니다. 회사를 갖고는 있지만 운영은 안 한 거고, 구성원도 다르다나요? B 여사가 관리를 따로 했다는 거죠. 그러나 B 여사가 관리하는 걸로 바뀐 다음에 사장님 계시는 다른 회사인 **빌딩 청소를 저희가 겸했거든요. 사실상 만날 지시만 다른 회사에서 내리는 거지, 같은 회사 사람처럼 오가면서 일한 건데, 그건 그럼 뭔가요?

사실 지금 누가 대표고 누가 관리를 하고 그런 게 어떤지 복잡한 내막은 잘 모릅니다. 어쨌든 B 여사가 일반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지만, 종종 들르는 사장님께 업무 보고를 하고 돈도 회사 오너인 사장님께 간 게 사실이잖습니까?

더군다나 사실 ○○상가와 **빌딩은 그렇게 멀지도 않습니다. 버스 타면 한 정거장이에요. 그래서 두 건물을 오가면서 청소업무를 수행하는 게 가능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일을 시켜왔습니다. 어느 날 멀리 다른 도시로 회사를 차려 나간 것도 아니고, 같이 얼굴 보며 어떤 일한 것도 뻔히 알면서, 높은 분들끼리 사람 부리는 내막이 바뀌었다고 그러시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아무 소리도 못하는 게 맞는 건가요?

-중앙2016부해427 사례를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우선 해고의 사유 등 정당성에 대해서는 길게 따져볼 필요가 없겠습니다. 왜냐하면 해고 절차가 근로기준법 제27조의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사안이 되기 때문이죠.

이른바 5인 미만 사업장의 해고 특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제11조에서 적용 범위를 상시 5인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 및 사업장으로 하고 있습니다.

4인 이하의 사람을 쓰는 경우, 기준선 밖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같은 법 제27조의 해고의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는 등 보호 요소들도 A씨 등에겐 해당이 없어 보입니다.

아울러 일단 겉으로 살피기에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을 규정한 제24조도 적용 대상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A씨가 근무한 ○○상가 관리사무소와 **물산이 전혀 다른 회사인지 의구심을 갖고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판단 여부에 따라 사안이 달라질 수 있고, 실제 사례에서도 획기적인 반전이 일어났죠.

**물산의 모태가 된 것이 ○○상가 관리사무소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오너가 여러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고 해서 그 회사가 그 회사라는 식으로 함께 뒤섞어서 경영을 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사용자 측 주장대로 이 두 회사의 인사와 회계, 급여대장 처리 등은 별개로 관리됐었다는 설명이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업무의 실질에서 ‘총괄관리’라는 게 중요한데요. 이 사건에서 B 여사는 업무를 주도적으로 경영하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직함 등에서 보면 완전히 별개의 회사를 책임지는 전문경영인 속칭 월급쟁이 사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일명 **물산 대표는 ○○빌딩 관리사무소의 업무 보고를 대주주로서 받는 게 아니고, 총괄관리 차원에서 가끔 들여다보며 직접 챙긴 것이죠. 아랫사람을 두고 장악(총괄)하고 있는 끈을 놓지 않았던 셈입니다.

결국 이 와중에서 두 회사의 빌딩을 오가면서 청소 등 업무를 한 사연도 위의 같은 대표에 의한 총괄관리가 가능하다는 정황과 겹쳐 볼 때, 두 회사는 사실상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두 회사라기보다는, 그냥 하나의 회사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두 회사의 근무 인원 등 평균값을 내는 게 고용 규모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실제 사안에서는 아슬아슬하게 두 회사의 평균이 5인 이상 사업장인 것으로 결론났습니다. 이 결과 근로기준법 적용 업체로, 해고의 적절한 절차 이행을 못했다는 해석이 나왔죠. 결국 부당해고 케이스로 구제가 된 사안입니다.

사안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는 미니 사업장 유지를 위해 억지로 쪼개기 등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회사 설립이 용이한 우리나라 법구조상 회사 쪼개기를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시도는 없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돕니다.

해고 등에서 저렇게 완전히 다른 상황이 빚어질 만큼, 속된 말로 꽃놀이패 운영이 가능한 게 5인 미만 사업장인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도 노동 사건에서는 회사 쪼개기를 악용하는 사업자들을 걸러낼 세밀한 검토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