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 당선 이래 가장 논란이 됐던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지만, 여야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43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연설이나 홍보 등 분야에서 제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받은 적 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최씨의 연설문 첨삭 의혹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기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끼쳐 놀랐다"며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질의응답은 받지 않은 채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벗어났고, 이후 여야 반응은 더욱 싸늘해졌다.
대국민 사과 이후 빅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변명으로 일관한 채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질문도 받지 않았다"며 "현직 대통령인만큼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비대위원장은 현재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탄핵·하야'가 떠올랐다는 기자들 질문에 "국민 여론은 대통령이 잘 아셔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대표실에서 TV로 대국민 사과를 시청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일에 대한 감상적인 유감 표명에 그쳐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상황의식이 없는 것"이라며 "한 달 이상 국정 혼란, 헌정 문란을 초래한 사태 앞에서 대통령은 단순히 개인적 관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런 와중에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연설문 유출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집권 여당으로 작금의 사태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도 "문건 유출사건에 대해 반드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신속한 수사로 이번 사건의 실체를 수사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서강대 특강을 마친 뒤 "이 문제는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식적으로 충분히 진실을 가린 채 수사해야 한다"고 평했다.
유 의원은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정유라 이대 입학 특혜, 연설문 유출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 그 핵심은 불법이 있었느냐의 여부"라며 "박 대통령 사과는 이런 불법 여부에 대해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국민 사과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박 시장은 "사태의 심각을 모르는 국민을 무시한 사과"라며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통령 포함, 성역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