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취 4년 차인 필자는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낭만 가득한 생활을 꿈꿨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자유' '예쁜 방 꾸미기' 등의 로망 말이죠. 그러나 그런 꿈은 잠시, 현재는 공과금부터 냉장고 정리까지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우당탕 한 편의 '생존기'를 찍는 중입니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반말투를 사용한 '자취생존기'는 하루하루 생존 중인 자취인들이 겪는 문제를 짚고 소통하고자 마련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혼비백산했더니 하루가 정신이 없다. 출근 준비하다가 커다란 바퀴벌레를 발견했지 뭐야. 진심 어른 검지만 한 사이즈의 바퀴벌레였어. 보는 순간 온몸이 굳어 비명도 안 나오더라. 처음 보는 크기였어.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치네.
일단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모기나 파리를 잡는 스프레이형 해충제를 바퀴벌레에 발사했어. 벽에 붙었던 바퀴벌레가 바닥으로 하강하며 발광하는 모습이 너무나 무서워 살충제를 미친 듯이 분사했지. 그제야 잠잠해지더라.
겨우 그 사체를 화장지로 돌돌 말아 변기에 내던진 뒤 집을 나서면서 해충 처리 업체를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비싸더라고. 엄마한테 전화할까 했지만 "벌레가 네 친구하겠다! 방 좀 치우자!"라고 외치던 모습이 생생해 이내 접었어.
예전에 자취의 달인이라고 말했던 내 친구 기억나니? 그 아이한테 출근길 지하철에서 온갖 하소연을 늘어놓으며 자문했지.
친구 조언 덕분에 집에 오는 길에 바퀴벌레약, 붕산, 카스텔라을 사와 바퀴벌레

퇴치 대작전을 시작했어. 우선 스테이션 타입의 바퀴벌레약을 샀는데 발견된 곳 3m 이내에 설치해야 해. 보통 서식지 3m 이내에서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닌다는 이유지.
그리고 붕산과 카스텔라를 조물조물 반죽해 조금씩 떼어내 창틀이나 책상 뒤 등 구석구석 붙였어. 카스텔라 냄새를 맡고 온 바퀴벌레나 개미가 덥석 물면 붕산 때문에 죽는대.
그 후에 오랜만에 집 청소를 시작했어. 며칠 청소 안 해도 버릴 건 왜 이렇게 많고 치울 건 왜 이리 많은지 한숨만 나더라. 이런 와중에 종량제 봉투를 꺼내서 쓰레기를 담는데 정체불명 벌레 한 마리가 꼬물꼬물 기어 나와 기절할 뻔했지 뭐야.

이런 걸 보면 서울에 벌레가 많은 이유는 엄청나게 많이 배출되는 쓰레기 때문인 것 같아. 더욱이 깔끔하게 버리는 이들이 몇 없어 더욱 냄새가 나곤 하지. 골목에만 나가도 길거리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더미가 얼마나 많은데. 길고양이가 찢는 경우도 있어 볼 때마다 코 막고 간다니까.
지난해 서울시는 광화문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속 재활용품을 확인하는 '종량제봉투 속 쓰레기 성상체험' 행사를 진행했는데, 그 당시 서울시는 쓰레기종량제 봉투 안에 종이, 비닐, 음식물쓰레기 등이 50% 이상 포함돼 버려진다고 밝혔어.
또 지난해 단속한 결과 혼합배출 및 무단투기 생활쓰레기는 19만225건에 달한다고 하네.
특히 이제 막 독립한 자취생들은 쓰레기를 구분할 줄 몰라 무분별하게 넣기도 하지. 이참에 나와 함께 알아볼래?
우선 음식물이지만 딱딱한 것들은 일반 쓰레기야. 달걀 껍데기, 도토리·호두·밤 껍데기, 씨앗 이런 것들은 다 종량제 봉투에 배출해야 해. 심지어 파인애플 같은 딱딱한 껍질도 마찬가지지. 파 뿌리 같은 채소 끝부분도 일반 쓰레기라네.
야식 자주 먹지? 특히 우리의 사랑 있잖아, 치킨. 치킨 뼈는 어디에 버려야 할까? 위에서 말했듯이 딱딱하면 거의 다 일반 쓰레기라고 봐야 해. 닭뼈부터 소, 돼지, 생선 등 모든 뼈는 일반 쓰레기야.

비닐도 재활용된다는 사실 알고 있니? 나도 예전에 몰라서 종량제 봉투에 버렸는데 아니라고 하네.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받아오는 봉투뿐 아니라 라면, 과자, 뽁뽁이(에어캡)도 다 비닐로 취급돼. 만약 비닐 수거함이 없다면 투명 봉지에 담아 일반 쓰레기 옆에 두자.
그릇이나 깨진 화분은 절대 종량제 봉투에 넣으면 안 돼. 불에 타지 않기 때문에 주민센터에 불연성 쓰레기용 포대를 사서 따로 버려야 하지. 컵라면 용기나 과일 포장 껍질 등 스티로폼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도 돼. 깨진 형광등도 종량제에 포함돼.
이렇게 분리해서 쓰레기를 다 버리니 진은 빠지지만 괜히 뿌듯한 거 있지. 재활용으로 가득했던 집도 한층 더 넓어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왜 엄마가 나보고 벌레가 친구하자 할 만큼 더럽다고 야단쳤는지 조금 이해할 것 같다는 건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