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10.24 19:29:17
[프라임경제] 선명성과 조정능력 양면을 갖춘 보기 드문 정치인으로 꼽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력에 오점을 남길 가능성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 원내대표에 대해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고소 및 불법행위 배상 청구 형식의 민사소송이 제기됐다. 민사소송의 경우 가액만 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빚은 소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비리 사학 논란이 있었던 '상지대'다.
김문기 상지대 설립자(전 이사장)은 1993년 부정입학 혐의 등의 총책임자로 꼽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상지대는 관선으로 관리되는 이른바 임시이사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그는 '임시이사회의 정이사 선임 결의는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서 승소해 2014년 8월, 이번에는 '총장' 직함으로 복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9월8일부터 26일까지 상지대 학교운영 전반의 각종 논란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교육부는 상지학원 이사 9명에 대해 임원승인취소 감사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김 전 총장 사람들의 학교 복귀와 정상화 노력에 제동을 건 처분이다.
이렇게 '김문기 체제' 재구축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면서, 임시이사 시스템이 재가동되는 것이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김 전 총장과 상지대 문제와 관련, 우 원내대표는 지난 6월 상지대를 방문해 일부 교수와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들의 일방적 항의 내용만 청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총장 측은 서울서부지검에 접수한 고소장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돌아간 결과, 상지학원과 상지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만을 하게 됐고" "(서울 특히 국회로 돌아가 한) 발언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공개됐다"고 지적하는 한편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공개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는 '입시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과거의 문제 상황과 설립자 복귀 문제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정치권에서 경솔하게 내놓는 것은 학교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어 문제'라는 인식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 원내대표의 명예훼손의 공연성을 지목한 내용으로 해석돼, 이것이 오로지 공익에 의한 문제 거론인지 앞으로 판가름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고소장 접수의 대리인 역할을 맡은 A씨는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은 "상지대 부장급 직원이자 이 대학 동문으로 20년여의 분란 과정 내막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서울서부지검에 접수, 배당된 상황이지만 특별히 고소인이나 그 대리에 대해 출석 요청은 없는 단계"라면서 "자료 준비를 하라는 요청만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친김문기 진영에서는 이번에 우 원내대표에 대한 소송이 단행된 데에는 우 원내대표 개인에 대한 불만보다는 결국 20여년의 임시이사 체제가 학교 관련 분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이런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김 전 총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김 전 총장과 그 주변 인사들은 학교 정상화를 모토로 20여년만에 복귀했지만, 교육부 감사 등 여파로 다시 학교 밖에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장 측의 이 같은 불안감이 현실화 될 경우 결국 임시이사 시스템이 재가동되는 것은 시간 문제. 김 전 총장 주변에서는 임시이사 중 일부에 대해 오히려 재정을 축내는 등 의혹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 원내대표의 이번 피소는 오래된 '비리 사학 논란 레퍼토리'에 우 원내대표가 휘말린(혹은 정면으로 걸어들어간) 모양새로 내비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여권이냐 야권이냐를 막론하고 당혹스럽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구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7.30 재보선에서 안일하게 정동영 전 의원 등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일명 '올드보이 필패론'를 과감히 던진 정치인이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기도 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는 농성장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선명한 색채의 도덕적 정치인 이미지가 강했던 것.
하지만 갈등이라는 단어를 함께 연상케 하는 이런 선명성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
모 언론매체는 그가 시민들이 뽑은 드림팀 내각의 통일부 장관감이라고 주목했다. 2012~2013년간 구 민주당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2년 연속 선정된 인물이라는 점은 그의 업무능력을 방증한다. 옛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여러 차례 대변인을 역임하는 등 문제 파악 능력과 정치적 통찰력 등 기본적인 식견도 갖췄다.
그런 만큼, 최종 결과가 어떻든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은 상황에서 일개 지방사립대의 논란에 '너무 빠른 액션'을 보였다는 평이 없을 수 없는 것. 발목을 잡히는 원인이라는 평도 있고, 그렇게까지 심각히 볼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위와 같은 기존의 적절한 이미지에 손상이 가게 된 점은 분명하다는 얘기다.
한편,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이라는 그의 한 측면만이 사납게 부각된 원인이 되고 있는 상지대 사태에도 재조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20여년만에 학교로 복귀해 정상화 추진을 하려는 김 전 총장 측의 노력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려는 교육부의 처사가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오래된 이슈 같지만 어쩌면 전혀 다른 이야기인 '상지대 사태 2라운드'가 열리려는 와중에, '우상호 효과'까지 겹치게 되면서 교육 종사자들 외에 세간의 시선까지 쏠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