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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눈앞에 달콤한 체리, 안 먹을 이유라도 있나요?

김수경 기자 기자  2016.10.24 16: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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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금 눈앞에 보기만 해도 시든 포도와 달콤하고 싱싱한 체리가 있다. 단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을 먹겠는가. 대부분이 달콤한 체리를 집을 것이다.

최근 몇몇 카드사들이 카드 소비자들 사이에서 혜택이 좋다고 소문난 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그것도 '체리피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말이다.

체리피커란 신포도 대신 달콤한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을 빗댄 용어로, 카드업계에선 카드 발급을 받았으나 특별한 혜택만 골라 받는 소비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하면, 최소한의 실적만을 채우면서 놀이공원 입장권이나 극장 할인, 마트 포인트 적립 등 그에 맞는 혜택을 받는 것.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NH농협카드는 지난 17일 'NH올원 시럽카드' 신규·추가 발급을 중단했다. 이번 시럽카드 중단은 카드 소비자들에게 큰 파장이었다. 중단될 때까지 '빨리 발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출시 6개월 만에 단종된 이 카드는 매달 실적대비 최대 1만~10만원 상당의 모바일 쿠폰을 제공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쿠폰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NH농협카드는 지난달 5만원 쿠폰을 5000원, 1만원권으로 쪼개 지급, 중복사용을 막는 꼼수를 보였고 결국 '개악 카드'라는 별명과 함께 사라졌다.

이는 이달 21일 중단된 SC제일은행 '리워드 360 체크카드'에게도 일맥상통하게 작용했다. 이 카드는 교통비 통신요금 등도 전월 실적에 포함할뿐더러 타 체크카드보다 포인트 적립률이 높아 호응을 받았다. 이 카드 역시 여러 소비자가 포인트를 챙기자 단종됐다.

업계에서는 좋은 혜택을 통해 중장기적 고객을 유치하고 카드 소비를 유도하는 '마중물 효과'를 기대했으나, 혜택이 독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관계자들은 입 모아 좀 더 좋은 혜택의 카드가 생기면 바로 갈아타는 체리피커 때문에 고객 유치 실패는 물론, 적자까지 난다고 하소연한다. 또 많은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을 빼앗는 '꼼수' 고객으로도 바라본다. 

하지만 이것이 체리피커 때문이라는 카드사 회피성 대답은 의문이 든다. '일부' 심한 진상 고객들을 제외하면, 장기화된 불경기 속 소비자들이 조금 더 나은 혜택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시든 포도를 먹든, 달콤한 체리를 먹든 그것은 소비자들의 몫이란 소리다. 

다른 소비자 혜택까지 가져간다는 카드사 주장 역시 어불성설이다. 유통업계의 경우 신제품을 알리기 위해 상품을 걸고 진행된 이벤트에 일반 소비자들이 알기도 전, 체리피커들이 몰려가 이벤트를 조기 종료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 그러나 카드업계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한정된 인원만이 카드 발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드 소비자들은 어떠한 차별 없이 그저 자신에게 맞는 혜택이 있는 카드를 찾아 가입하면 된다. 그렇다고 카드사들이 무료로 혜택을 내미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들은 카드사가 제시한 전월 실적으로 채우고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혜택을 누린다.

더욱이 이 많은 혜택을 주기로 결정한 것은 소비자도 아닌, 카드사다. 파격적인 혜택으로 소비자들을 이끈 것은 카드사면서, 이제 와서 너무 많이 가입하니 당혹스럽다는 입장만을 내놓는 형국이다.

카드사들은 당장 손해가 있다고 법적에서 문제 되지 않은 선에서 상품과 혜택을 없애는 것이 과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지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