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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혹 넘긴 아저씨, 백화점 패션부문 흔들다"

소비 변방 계층서 지출 견인차로…고급화와 편집숍 접목 이끌어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0.21 10: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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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입은 무겁게 지갑은 활짝."

부장님(간부층)이 부하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비법이라고 회자되는 이야기다. 잔소리보다 표현(지출)이 중요하다는 우스갯소리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유통업계에서는 이것이 실제 상황이다.

백화점 매출에서 부장급 연령대의 남성이 이 같은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바야흐로 남성, 특히 패션 지출에서 부장님뻘 아저씨 연령대의 몫이 커지는 시대다.

듣기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얘기다. 20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16 소비자행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은 현재 경기가 안 좋다고 답했다.

40대 남성층은 특히 불황순응형으로, 향후 지출을 줄일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반면 20대 등에서는 불황에도 나를 위한 지출을 줄이지 않겠다는 답변 비중이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희망 사항일 뿐 실제 지출 여력과는 거리가 있는 답변 자료로 보인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40대 남성이 말로는 엄살을 부리지만, 아직은 든든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비 주력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론이 유효하다.

8월 말 나온 나스미디어의 '타깃 리포트 40대'에 따르면 우리나라 40대의 평균 고용률은 78.7%, 가구 소득은 월 496만원이다. 가구 소비지출도 월 304만원. 모두 전체 평균(각각 437만원·256만원)을 웃돌고 있다.

자식교육 등을 위해 쓰는 비중도 적지 않겠지만, 적어도 나스미디어 자료를 참조하면 40대 남성은 디지털기기(69.8%), 자동차(68.2%), 가전제품(51.2%), 레저용품(43.4%)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파악되는 자신을 위해 돈을 쓸 줄 아는 계층이다.

나스미디어가 '40대는 가장 많이 일하고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세대'라고 설명하고 '과거의 X세대 같다'며 트렌디세터로 파악한 이유다.

지출 자료로도 40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20대 이하 비중은 2012년 11.6%에서 올해 상반기 10%, 30대는 30.2%에서 28.2%로 감소했다는 자료를 내놨다.

그러나 40대는 아직은 지갑을 닫는 기색이 없다. 현대백화점의 남성 전체 매출에서 4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0.1%였지만, 올 상반기(1~7월) 32.3%였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패션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이 없다 하고 불황 걱정도 하지만 40대 남성층만큼 지출 여력이 큰 층도 없는 셈이다. 백화점 등에서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이자, 패션에 디지털 제품군이나 레저 등을 더해 보려는 시도를 하는 이유다.

이미 신세계는 강남점에 2011년 남성전문관을 마련한 바 있다. 롯데가 2012년, 현대도 2013년에 남성관을 여는 등 남성 지출을 위한 공간 종합구성의 시동이 일찍부터 시작된 것. 업계 안팎에서는 남성 전문매장의 고급화·대형화 추세가 한동안 트렌드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신사복 위주의 나열을 일찌감치 타파하고 남성 패션 문제 발전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결과 새로운 콘텐츠 카드로 택한 것이 바로 비스포크(맞춤복)와 편하게 인접 아이템을 함께 쇼핑할 수 있는 편집숍(과거 멀티숍이라고도 불림) 등이다.

작년 9월 롯데 잠실점에는 남성들을 위한 편집숍인 '닥터 퍼니스트'가 오픈했다. 방수 트렌치코트 '레인즈(Rains)' 등 의류뿐 아니라 액세서리, 로봇 캠으로 유명한 '앱봇로봇' 등을 살 수 있는 꿈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올해에는 사진영상장비 전문기업 세기P&C가 평촌점에 이어 강남점에까지 남성들을 위한 편집숍 '맨즈 아지트(Men's Agit)'를 공식 오픈한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남성 패션 문제에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남성전문관이 10월 들어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남성들에게 손짓을 보낸 게 대표적인 예다.

신세계 센텀시티 남성전문관은 수도권 이남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멀티형 쇼핑공간으로 알려져 특히 관심을 모은다. 브랜드수를 기존 55개에서 90여개로 대폭 늘렸다.

아울러 기존에 의류판매 중심의 구성에서 패션잡화는 물론 리빙, 문화, IT제품 등까지 망라했다. 남쪽으로 남성 패션공간 전선을 본격 확장하면서, 편의성 못지 않게 고급화에까지 정점을 찍은 것.

강남점의 남성관 '멘즈 살롱'도 서울 강남권 신사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특히 지난 2월 말 리뉴얼 오픈한 점 등으로 오히려 화력이 강해졌다는 평도 나온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8월 판교점 남성매장의 콘셉트를 '남자들의 놀이터'로 잡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판교점 6층 '현대 멘즈관'에 들어서면 남성 의류는 물론 스마트폰 등 최신 IT제품과 라이카 카메라, 미니벨로 자전거 등까지 둘러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이 무역센터점에 이어 판교점에서도 멘즈관을 여는 등 남성 패션공간 운영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매출 효과 때문이다. 특히 40대 계층이 멘즈관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의미 있는 수준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들이 대개 그렇지만 특히나 40대는 모순된 쇼핑 패턴을 보인다. 여러 곳을 둘러보는 쇼핑이 익숙치 않다. 그럼에도 멋을 부리고 싶은 새 열망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 40대의 습성이다.

그래서 자칫 이들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되는 온라인 쇼핑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 실제로 현대홈쇼핑은 올 상반기 남성용 의류를 구매한 고객 중 40대 남성 비율이 전년동기 대비 14%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백화점들은 남성층 중에서도 특히 돈을 어느 정도 쓰는 40대 이탈 방지에 노력을 쏟는다. 때문에 남성관 설치와 공간 활용, 브랜드 입점에서 고급화와 다양성이 양대 기둥이 되고 있다.

남성 패션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한 '탑투토(Top to Toe·머리부터 발끝까지)' 콘셉트를 잡고 아저씨 고객들을 부르는 백화점들의 노력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