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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 수사종결이 남긴 것들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0.19 17: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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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본사람이라고 하면 친절하다는 평이 우선 나오지만, 역시 그 다음에는 속마음을 알 수 없다거나 원칙주의 등의 이미지가 뒤따른다. 이번 오사카 시장스시 와사비 논란처럼 '상대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야비한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렇게 요약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관광객처럼 즐기러 간다면 좋은 상대지만, 잠깐의 출장이라 할지라도 어떤 이해관계를 갖고 만나게 되면 친절이라는 평가만으로 요약이 안 되는 이상한 국민성에 시선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나긋나긋하게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게 끝까지 웃는 얼굴로 대꾸하고 때로는 맞장구도 치지만 결정적 순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다"며 일을 틀 가능성을 남긴다.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도 늘 100% 거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순간순간 상대에 대한 배려는 철저하지만, 그것이 문제 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 그리고 그 기본적 해결에 대한 조율 과정에는 어떤 배려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번 롯데그룹 전방위 수사가 막을 내렸다. 기소가 됐으니 이제 법원에서 치열한 혹은 지루한 공방전을 펴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은 19일 검찰의 수사 종결 발표에 뒤이어 "오랫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나 이번 롯데 측 화답은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넣은 롯데케미칼 배임 혐의액이 확 쪼그라든 상황과 겹쳐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검찰은 당초 이런 방식에 대해 롯데 측 배임 논란액을 230억원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고위 검찰 간부는 "이번에 일본 롯데물산에 금융위기 때 제공 대가였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에 규명이 안 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다. 검찰이 당초 혐의 자체를 무리하게 잡았다는 일부 비판론자들의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고, 일본에 걸친 롯데 구조의 특수성을 탈탈 털기에는 자료 확보 능력이 세간의 기대치 이하라는 점도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롯데는 이 같은 스타일의 발언으로 표정관리를 했다. 세간에서는 약간의 자신감마저 서초동 법조타운 쪽을 향해 날린 세련된 일본식 조롱으로까지 보지만, 이는 좀 지나친 해석인 것 같다.

어쨌든, 검찰 동정론을 펴는 이들은 말한다. 앞으로의 공방전이 저런 냉정한 일본식 기업을 상대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검찰이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 동경지검 특수부 같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수사 기획능력' 못지 않게 일본식의 진중한 '공소유지능력', 즉 길고 긴 '법정 공방전'을 치를 실력을 과시하는 것도 검찰의 몫이라는 것이다. 일본식 기업 문화를 다루면서, 검찰의 숙제는 늘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