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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지렛대 법칙' 간과한 전방위 수사 '롯데거탑'만 강화?

檢, 총력 다해 오너 일가 흔들었지만…신격호 체제 강화 지게꾼 노릇만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0.19 17: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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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을 정조준한 검찰 수사가 착수 4개월여만에 종결됐다. 19일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와 계열사 대표 등 총 24명을 탈세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 등 6명이 구속기소됐으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불구속기소되는 등 오너 일가를 뒤흔들었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어중간한 선에서 마침표를 찍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이 적발한 비리 액수만 3755억원에 달했지만, 결국 검찰이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하고 법원으로 무대를 옮겨 법정 공방을 펴게 돼 부담이 적지 않게 됐다는 것.

지난날 재벌 수사 아류작 중 하나

검찰 수사팀은 롯데그룹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움직임이 포착되자 지난 6월 전격 압수수색을 통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일가의 기업사유화 잡음과 계열사 불법 지원, 각종 세금 탈루 등 다수 계열사들이 동원된 롯데그룹 차원의 비리 혐의가 객관적 자료에 의해 확인된 상황에서다. 

이에 따라 롯데 비리가 세상에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된 신 회장에게는 1753억원대의 횡령과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부친이자 그룹 창업자인 신 총괄회장은 비리 금액만 223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수사 대상이 된 총수 일가 중 가장 많았다.

이같이 검찰이 많은 인력과 노력을 기울여 롯데를 뒤집었음에도 이를 한 번에 꿰는 특수수사의 정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별적인 사건 처리에만 급급한 일선 형사부처럼 '지게꾼 노릇'만 하게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우선 신 총괄회장의 문제가 가장 크다는 식으로 정리가 된 것이 이 같은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 2006년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액면가에 사실혼 관계자 서유미씨와 신 이사장이 지배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는 방식으로 858억원의 증여세 납부를 회피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밖에 2009년 비상장주식을 롯데그룹 3개 계열사에 매도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를 할증해 94억원의 재산상 손해(배임)를 회사에 가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 차남이자 현재 그룹 지휘권을 장악하고 있는 신 회장이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손실을 입혔다는 문제가 우선 눈길을 끈다.

또 서씨 모녀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제공했다는 점 등 1200억원대의 재산상 손해 논란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형인 신 전 부회장에게 391억원의 부당한 급여를 제공한 점도 문제가 됐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신 총괄회장의 시대에 롯데가 각종 비리의 정점을 찍었고 신 회장은 이를 이어받은 상황에서 부득이 일가를 챙기는 횡령 및 배임 등의 구태를 답습했다는 요약이 가능한 구조다.

신 총괄회장의 직접적 비리 액수가 단연 크더라도, 신 회장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돋보이는 마지막 한방이 부족했다는 것.

이른바 총수 일가 비자금과 제2롯데월드 인허가 의혹 등이 명확히 규명됐다면 살아있는 심장인 신 회장에 대한 단죄로 수사 종결이 의미를 갖고 향후 재판에서의 유죄 입증 여부에 따라 대기업 범죄 규명의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됐을 수 있다.

그렇만, 지난날 재벌 수사의 아류작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틀을 깨지 못한 셈이다.

신동빈 타격 최소화해 현 경영권 확보 굳혀

검찰 관계자는 "계열사가 다수이고 압수물이 방대했으나 핵심 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함으로써 기업활동의 지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명 '먼지털이'식 수사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여전하다.

'신동빈 영장 재청구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보완 수사가 있었다. (그러나) 재청구를 검토했지만 현재로는 의율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종결키로 했다"는 검찰 고위 관계자 발언이 나왔다. 이런 만큼 신동빈 체제를 인신 구속으로 흔들 명분을 재판 과정에서 드라마틱하게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신 회장 체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문제를 잘못 건드렸다는 확률 지렛대 법칙과 관련한 우려까지 나온다.

그렇잖아도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과의 갈등 문제로 경영권 굳히기에 고심하고 있었는데, 구태의연한 각종 비리의 주범과 종범으로 부친과 형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자신은 타격을 최소화한 채 현재의 경영권 확보 상황을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

확률 지렛대의 법칙은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확률에 영향을 줘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베이징의 나비 날갯짓이 미국의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도 이 범주에 속한다.

결국 검찰에서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택하기 전에 정책본부와 비자금 의혹 등을 빠르게 규명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 모르는데 시기를 놓쳤다는 호사가들의 뒷이야기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롯데그룹은 19일 검찰의 공식적인 수사 마무리에 화답으로 "오랫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표정관리에 들어갔다는 풀이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 같은 간명한 태도와 오히려 복잡한 행간의 의미를 볼 때, 롯데를 대변할 변호인단이 검찰과 벌일 공방전이 뉴스 앞으로 국민을 끌어들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