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했던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보고서에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의 생존 가능성이 가장 낮으며 향후 빅2 체제로 정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걸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에 대우조선 측이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대우조선은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는 과거 5년간의 기업실적이 향후 5년 동안에도 반복되고 시장상황과 맞물려 사업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가정했다"며 "이런 비합리적인 추정에 근거한 보고서는 기업의 절실한 자구노력 및 사업 방향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정부에서도 지난 13일 맥킨지 보고서가 알려진 후 "맥킨지 컨설팅 방안은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라며 "업계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달 말까지 정부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미 정부가 대우조선을 살리는 쪽으로 결론을 지어두고 그에 맞춰 보고서를 짜맞추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미 국책은행은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았으며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지난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 출석해 "대우조선해양에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자금 이외에 추가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추가지원의 필요성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조선업종 구조조정에 대해 취한 태도를 종합하면 '당국 지원 없이 자구 노력을 통해야' 한다면서도 '법정관리는 배제'하고 있으며, 막상 '추가지원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지만 '아직 얘기된 것은 없다'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설에 따르면 현재 정부에서도 구조조정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산업부는 더 적극적으로 맥킨지 보고서를 활용하려 하고, 금융위에서는 대우조선을 정리할 시 발생할 대량실업으로 인한 지역경기침체 및 국책은행 부실 등을 우려하는 것.
정부의 손바닥 뒤집는 태도에 지난달 30일 먼저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이 발표된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불만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 역시 각각 민간 컨설팅업체에 구조조정을 위한 컨설팅을 의뢰해 조선업계보다 먼저 결과를 받았다.
철강은 후판 및 강관, 석유화학은 TPA와 PS 등 몇 가지 과잉공급제품을 선정하고 해당 품목에 대한 감산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각 업계는 반박에 나섰다. 철강 및 석화업계도 조선과 마찬가지로 해당 보고서가 제출되기 전부터 각 과잉공급 제품에 대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으며, 현재 생산량에서 더 감산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반면 산업부가 발표한 철강·석화산업경쟁력 강화방안에는 해당 업계의 반박은 거의 반영되지 않고 컨설팅 결과가 그대로 들어가 있어 "이미 업계에서는 다 알고 있던 내용을 다시 반복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빈축을 샀다.
그런 당국이 대우조선에는 지나치게 유한 잣대로 대하는 것은 경제성에 입각한 논리라기보다는 산업은행과 서별관회의로 대표되는 정치행정적 논리에 휘말린, 정상적이지 않은 프로세스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부실기업에 대해 실업률 등을 이유로 지원을 계속하고 구조조정을 미룰 경우 오히려 연계된 업종들까지도 연쇄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물론 민간 컨설팅 업체의 결론을 완벽하게 신뢰해서도 안 될 일이다. 최악의 상황을 간주해야 했던 상반기와는 달리 발주가 조금씩이나마 증가하는 등 업황이 좋아질 신호가 보여 조선업계가 한숨 돌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문제는 이런 컨설팅 결과를 입맛에 맞을 때는 가져다 쓰고, 아닐 때에는 '참고사항'으로 치부하려고 하는 정부의 태도다.
정말로 정부가 우리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싶은 거라면, 지금까지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대우조선에게만 기준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법정관리를 포함해 구조조정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다시 준비하는 진짜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