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0년 전 그를 뜨겁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고 서툴고 덜 영글었더라도 눈부신 오늘을 있게 한 당시의 활화산 같은 열정과 희망, 톡톡 튀는 아이디어까지…. '이사람 10년전'에서는 그들의 '소중한 10년 스토리'를 건조하지 않게 소개한다.

얼마 전부터 잔기침을 하던 지인이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를 꺼내 입에 뿌렸다. 벌집에서 추출된 천연물질인 프로폴리스는 최근 항염·항산화·면역증강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진 슈퍼 푸드로 주목되고 있다.
프로폴리스 용액을 물이나 음료에 희석해 마시기도 하고, 샴푸·치약·연고 등에 희석해 사용하는 등 '만병통치약'처럼 이용하는 가정도 많아 졌다.
프로폴리스 효능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322)는 저서 '동물지'에서 프로폴리스를 언급했다.
이 천연물질이 피부 질환, 감염증 치료에 탁월하다는 기록이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소염·항균·항암·혈액 순환 개선·해열을 위해 프로폴리스를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안타깝게도 프로폴리스 용액은 그간 100% 천연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꿀벌이 벌집을 지을 때 꽃과 나무 등 식물에서 뽑아낸 수지와 자신의 침·효소 등을 혼합해 만든 프로폴리스를 밀랍으로부터 용해하는 성분이 필요했고, 용해 과정에 알코올 성분이 공공연히 사용돼왔던 까닭. 최근엔 알코올 대신 다른 유화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화학물질이다.
허용갑 유니크바이오텍 대표(55세)는 "내가 먹고 내 가족이 먹어도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순수 천연의 프로폴리스 용액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20여년의 연구 끝에 화학첨가제가 일절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프로폴리스 용액을 탄생시켰다.
관련 기술인 '친환경 무알코올 수용성 프로폴리스의 제조방법'은 지난해 국내 특허를 획득했고, 현재 해외 특허도 출원 중이다.
또 이 기술에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더해 '천연 벌꿀을 이용한 무알코올 수용성 프로폴리스의 제조기술'을 개발, 농림축산식품부의 엄격한 심사 끝에 올해 7월 '농림식품신기술(NET)' 인증을 받았다.
◆20년의 집념, 프로폴리스 역사에 남을 '신기술'로 거듭나
프로폴리스는 고대로부터 이용돼온 슈퍼푸드지만 국내에서는 1996년 건강보조식품으로서 생산·판매됐을 정도로 활용의 역사가 깊지 않다. 이런 까닭에 수천년 프로폴리스 역사에 남을 획기적인 성과가 국내 연구자로부터 나왔다는 의미가 크다.
허 대표가 처음 프로폴리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국내가 아닌 일본을 방문하면서다. 1990년대 중반 허 대표는 일본 도쿄 식품박람회에 참가했다.
허 대표는 "해외를 오가며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일본 식품박람회에 방문했을 당시 일본에서 프로폴리스는 항암제 등 효능을 가진 몸에 좋은 물질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프로폴리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허 대표는 한 가지 '이상한 점'에 주목했다. 몸에 좋다고 입을 모으는 프로폴리스 용액의 70%가량이 알코올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허 대표는 지금도 일본산 프로폴리스뿐 아니라, 호주·뉴질랜드·브라질 등 각국의 프로폴리스에는 알코올이 유화제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최근 '무알코올' 제품이 등장하고 있는데, 프로필렌글리콜지방산에스테르 등 화학 유화제로 대용한 것이 대다수라 아쉽다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왜 이런 좋은 물질에 알코올을 섞어야 했을까, 왜 순수한 프로폴리스를 만들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품고, 무알코올 수용성 프로폴리스 제작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아시아, 유럽 등 각국의 연구진들을 만나고 온갖 책을 읽었다. 2년여의 세월을 그렇게 보냈지만 어떤 해답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듯, 어느 날 지인과 대화를 하며 들은 화장품 제조 기술에서 힌트를 얻어 허 대표는 결국 무알코올 수용성 프로폴리스를 개발했다.
다만 알코올을 대용한 화학첨가제가 들어간 제품이라 허 대표 자신이 만족할 수는 없었다. 약 3년 전 허 대표는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개발을 하지 않아도 될 완벽한 프로폴리스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계속된 연구 끝에 허 대표는 마침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했다. 간절히 바랐던 '순도 100%' 천연 수용성 프로폴리스를 완성한 것. 프로폴리스에 얽힌 허 대표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순수 천연물질 수용성 프로폴리스의 비법은.
▲벌꿀과 L-아르기닌이라는 천연물질에 있다. L-아르기닌은 연어나 청어 등 물고기의 알에서 추출되는 물질로 혈액순환, 원기 회복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벌꿀의 과당으로 프로폴리스 분자를 포집하고, 수용화 과정에서 L-아르기닌으로 촉매하는 방식으로 순수 천연 수용성 프로폴리스를 만들 수 있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농림축산식품부 신기술 인증을 받았나.▲약 4개월 동안 4단계에 걸쳐 인증 심사를 진행한다. 1단계는 서류심사고, 두 번째 부터는 심사위원들이 심사한다.
2단계 심사에선 농림수산기술기획관리평가원의 전문 심사위원 15명 앞에서 설명하고 질의에 답변해야 한다. 3단계 심사는 현장 심사고, 4단계 심사는 심사 내용을 다시 심사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4단계의 절차를 무사히 끝마쳐 기쁘다.
-업계에서도 이용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나.
▲천연 제품이라 다른 물질과의 융화가 잘 돼 화장품·식품·세면제품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안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직 정식판매에 돌입하지 않았지만 미국·베트남·일본·중국 네 나라 진출 준비와 함께 신중히 공급업체를 선정 중이다. 이 제품은 제 인생을 담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 기술을 개발할 때 제가 가진 생각과 철학을 이해하는 분에게 공급하고 싶다.
-20여년을 프로폴리스 개발에 썼다. 10년 후엔 어떤 모습일까.
▲이 기술은 일종의 원천기술이다. 이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10년이라면, 2년씩 투자해 다섯 가지의 응용기술을 개발할 수 있지 않겠나. 이 원천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그동안 모은 수익의 일정 부문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