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신간] 에곤 실레 백 년간의 잠

전혜인 기자 기자  2016.10.14 17:56:2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에곤 실레는 1890년 태어났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교인 김나지움에서는 낙제생이었지만 중부유럽 최고의 미술대학인 비엔나 미술아카데미에 최연소로 입학했다. 20대 후반에 오스트리아 최고의 화가로 올라섰으나 1차 대전이 종료되기 사흘 전 28세의 군인으로 숨졌다.

그 후 나치정권에 의해 '퇴폐화가'로 몰려 미술사에서 지워졌다가 사후 50년경부터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누드 화가', '드로잉 화가' 쯤으로 폄하됐던 실레는 이제 날이 갈수록 재평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세계적인 아이콘이 됐다.

이 책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소녀가 훗날 미술사학자가 돼 실레의 삶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와 그의 그림의 비밀을 밝혀내는 구조로 짜여 있다. 소녀는 여덟 살 때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구스타프 클림트-에곤 실레 특별전'에서 실레의 기이하고 불쌍한 그림을 보게 된다.

성장하면서 실레 그림의 그늘을 차츰 이해하게 된 그녀는 '세기말 비엔나'를 연구하는 학자가 된다.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인 '실레 사후 백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그녀가 실레의 삶과 그림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려고 노력하면서 소설은 절정으로 달려간다.

예술은 왜 절망하거나 무기력해진 인간을 새롭게 하는지, 실레가 갖고 있는 어떤 힘 때문에 그의 그림이 백 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항상 새롭게 살아나가는지를 작가는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뛰어난 예술작품을 진정으로 만남으로써 사람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말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에곤 실레가 어떤 삶을 살았고 그의 예술에 대한 집념과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평저 형식이 아니라 소설 형식을 통해 내밀한 의식과 감정까지 짚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은 에곤 실레라는 예술가를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이자 그의 천재적인 그림을 다시 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저자 임순만은 소설가이자 언론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국민일보 논설실장, 편집국장, 종교국장을 역임했다. 출판사 문학의문학, 가격은 1만32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