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달 30일 정부로부터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잉공급 품목을 자체 감축하라는 명령을 받아든 석유화학업계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각자도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과잉공급 품목 △TPA(테레프탈산) △PS(폴리스티렌) △PVC(폴리염화비닐) △합성고무 감산 등 업계의 행동을 촉구한 것과는 별개로, 증권업계는 해당 제품들에 대한 3분기 성적표는 우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TPA와 PVC의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납사크래킹) 설비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TPA 생산업체들이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한 것. 초호황을 누린 지난 2분기에 비해서는 영업이익이 약화되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정부가 지정한 과잉공급품목이 잘못된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번 높은 수익성은 저유가로 인한 단기 호조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다. 국제유가가 점차 오르면서 미국 등 글로벌 회사가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틸렌 생산에 전면적으로 나서면 마진은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몇몇 업체들은 사업 재정비에 대한 필요성에 동의하고,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LG화학이다. LG화학은 본업종인 석유화학제품의 탄탄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 사업뿐 아니라 최근에는 바이오화학에도 길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에너지, 물, 바이오가 회사 신성장동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LG화학은 바이오 분야에서 '투트랙 전략'을 사용, 농화학 분야와 제약바이오 분야로 나눠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농화학 업체인 팜한농(옛 동부팜한농)을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며, 지난달부터는 LG생명과학과의 합병 절차를 밟는 등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사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비록 3분기부터는 태양광의 계절적 비수기라는 우려가 따르지만 얼마 전 미국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수혜주로 거론되는 등 앞날이 밝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LG화학을 제치고 화학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신사업보다는 원료 다변화 등 본업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삼성정밀화학 등 삼성그룹 화학사를 3조원에 모두 인수한 바 있다.
신사업에 투자해 단기간 실적 감소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LG화학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이번 3분기에도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공급과잉으로 지정한 TPA를 생산하고 있으나 생산량의 90% 이상을 자체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SK종합화학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해외 기업들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4년 SK종합화학은 중국 정유사 '빅3' 중 한 곳인 국영석유회사 시노펙과 중국 우한시에 에틸렌 합작공장 중한석화를 설립, 우수 합작 사례로 꼽히고 있다.
대응책을 마련하는 대형 화학사에 반해, 중견 화학사들은 뚜렷한 대응책 없이 눈치싸움하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당장 감산'을 요구한 TPA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홍현민 태광산업 사장은 정부의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28일 석화업계 CEO 간담회 자리에서 "TPA 대체 신규 사업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M&A를 통한 감산이 방책이라지만 매수하려는 기업은 많아도 사업을 접겠다는 곳은 없어서다. 현재 해당 업체들은 자체적인 설비 감축은 어렵다고 보고 각 사의 설비·인력·자산 등을 현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책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견 업체들도 함께 살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업계 전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