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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發 역풍…제약업계에 호재 혹은 악재?

사건 발생 후 주가 하락, 제2 한미약품 탄생하나

백유진 기자 기자  2016.10.12 17: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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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미약품 사태로 제약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늑장공시 의혹 등 한미약품 탓에 파생된 연이은 악재로 업계 전반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경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성 정보를 공개한 뒤 17시간 만인 30일 오전 9시30분께 기술수출 취소 악재성 정보를 늑장공시해 고의적 주가조작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약업계 '빅3'에 미칠 한미약품 사태는…

이번 사건은 제약업계 빅3 중 글로벌 기술수출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냈던 한미약품에서 벌어진 일이라 업계에 여파가 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실제로 한미약품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29일 이후 상장제약사들의 주가는 9일 만에 17%가량 떨어졌다. 올 상반기 18% 이상 오르는 등 상장제약사들의 높은 성장세와는 상반된 결과다.

이런 가운데 올 3분기에도 제약업계 빅3인 한미약품·유한양행·녹십자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정보사이트 와이즈리포트는 한미약품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0.7% 감소한 14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유한양행과 녹십자도 각각 10.4%, 15.8% 감소한 284억원, 405억원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연구개발비 증가 때문에 영업이익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영업이익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올 상반기 녹십자 연구개발비는 전년대비 15%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 또한 전년대비 31.7% 증가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한미약품 사태가 제약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업계에 이슈로 작용할 게 분명한데, 한미약품과 같이 글로벌 임상을 집중 진행하는 제약사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녹십자는 한미약품과 사업구성이 달라 영향이 적은 편"이라고 강조한 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을 중심으로 하는데 비해 녹십자는 혈액 제재나 백신 등 자체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을 붙였다.

한미약품이 제약업계에 연구개발(R&D) 열풍을 몰고 오기 전부터 녹십자가 매출의 10% 이상을 R&D 사업에 투자한 만큼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녹십자의 이 같은 설명에도 업계는 지난해 녹십자와 유한양행을 포함한 제약사 경영진들이 한미약품 기술수출에 자극을 받아 신약개발 투자 확대를 지시했다며 한미약품발 역풍 우려를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사그라지는 제약업계 거품, 실속기업 부상하나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약품 사태로 제약바이오 업계 전체에 끼어있던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글로벌 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만 해온 국내 제약업계의 허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

한미약품이 일부러 악재성 공시를 뒤늦게 공지했다는 의혹은 뒤로 하더라도, 기술계약 반환은 업계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다.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얼마든지 중단될 수 있기 때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은 보통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글로벌 임상의 경우 임상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기술이 수출돼 문제가 생기면 얼마든지 중단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랜 기간과 많은 비용이 필요한 만큼 신약 개발은 제약업계에서 에베레스트 등반과 같은 고된 일과 비교된다. 한국바이오협회 자료를 보면 의약품 후보물질이 임상 1상부터 최종 승인까지 성공할 확률은 10% 수준이다. 임상시험에 들어간 10개 제품 중 단 1개만이 최종 신약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부 관계자들은 한미약품의 이번 사태가 제약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한미약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 뿐 이 또한 제약업계가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것.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신약 개발 불확실성과 관련 성과를 공개함으로써 제약업계에서 거품이 빠지고, 투명한 분위기가 형성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도 조성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셀트리온은 해외 마케팅 분야에서 이례적으로 계약금 반환 가능성을 명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계약 중 일부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사전에 밝히고 구체적인 조건을 명쾌하게 공개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거품이 있던 제약주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재평가를 받게 되겠지만 한미약품의 그늘에 가려졌던 많은 제약사들이 활기를 띠게 될 수도 있다"고 희망 섞인 예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