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취 4년 차인 필자는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낭만 가득한 생활을 꿈꿨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자유' '예쁜 방 꾸미기' 등의 로망 말이죠. 그러나 그런 꿈은 잠시, 현재는 공과금부터 냉장고 정리까지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우당탕 한 편의 '생존기'를 찍는 중입니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반말투를 사용한 '자취생존기'는 하루하루 생존 중인 자취인들이 겪는 문제를 짚고 소통하고자 마련했습니다.
며칠 전에 내 친구에게 있었던 일이야. 평소처럼 자취방에서 자는데 밖에서 누군가 마구 문을 열라고 외치더래. 계속 문고리를 덜거덕 덜거덕 돌리는 소리에 너무 무서워 숨죽이고 있었는데, 자세히 들으니 옆집 문고리 돌리는 소리였대.
그런데 거기서 더 무서웠던 것은 옆집 여자는 소리치는데, 밖의 남자는 문을 열어달라며 계속 문을 돌렸다는 거야. 곧 이웃 신고로 경찰이 와 일단락됐지만, 친구는 문단속을 몇 번이나 한 뒤에야 잘 수 있었대.
나도 마찬가지야. 홀로 살게 되면서 자려고 눕다가도 일어나 문 잠금장치를 확인해.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들었던 날에도 잠금장치를 여러 번 확인하고 잤지. 실제 서울에 혼자 사는 20·30세대 여성 10명 중 4명은 주거지 불안을 느낀대.
지난 6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20~80대 여성 1인 가구 1800명을 상대로 생활실태를 조사했어. 이 결과 44.6%가 일상생활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네. 성희롱, 성폭행, 주거침입절도 등 위급상황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야.
특히 20~30대 1인 가구 여성 10명 중 36.3%, 즉 4명은 주거지 불안에 떤다는 결과도 있었어. 주로 △연립다세대 △고시원·원룸 △오피스텔에 사는 여성들이 CCTV·방범창 등 안전시설 미비, 주거지 내부 계단·복도 등 은닉 장소가 불안하다고 답했다네.
원룸에 사는 나도 밤늦게 들어갈 때마다 '계단이나 보일러실에 누가 숨어있으면 어떡하지?'라는 상상을 하곤 해. 우산이라도 든 날엔 괜히 우산을 크게 휘두르며 얼른 집에 들어가곤 하지. 참으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이지 뭐야.
또 2012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20~50대 여성 1인 가구 357명에게 조사한 결과, 45명이 범죄를 겪었다고 대답했어. 피해장소 약 88%가 집 근처, 건물 내부, 집안인 것을 보면 무엇보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지.
그래서 자취하는 친구들 사이에선 남자 신발이나 옷 두기, 집에 있어도 택배 절대 받지 않기, 호신용 스프레이 들고 다니기 등 다양한 방법들을 서로 소개하곤 해. 또 다양한 방범 물건들을 서로 알려줘.

예를 들어 인터넷이나 마트에서 만원 안팎에 구입 가능한 '창문 스토퍼'는 창문 틈에 끼워놓으면 절대 밖에서 열리지 않게 하는 물건이야. 더울 때 창문을 꽁꽁 닫고 살 수 없잖아. 그럴 때 조금 문을 열고 창문 스토퍼를 끼우면 그 이상 절대 열리지 않지.
그래도 위 설문처럼 불안한 건 여전하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야. 이에 경찰, 시청에서는 다양한 치안 활동을 펼치고 있어. 우선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여성 안심귀갓길 서비스'지.
앱이나 다산콜 120으로 신청 가능한데, 2인 1조 귀가 도우미와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부터 집까지 동행할 수 있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된다네. 이와 비슷하게 거주지 인근 무인 택배 보관함을 통해 택배를 받는 '여성 안심 택배 서비스'도 시행 중이야.
이 귀가 서비스를 확대해 특별한 앱을 구청도 있어. 바로 서울 성동구인데, 성동 경찰서와 성동구 통합 관제센터가 함께 만든 앱이야. 앱 가입자가 앱을 실행한 위치부터 목적지까지 설치된 방범용 CCTV가 가입자를 지켜본대.
이 앱 실행 중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핸드폰을 흔들거나 음량 버튼을 누르면 CCTV 관제센터에 경보음이 울리고 해당 장소로 신속히 경찰이 출동해.
서울 강서경찰서는 여성 1인 가구 밀집 지역 48곳에 '안심 거울'을 설치했대. 안심거울은 여성들이 원룸에 들어갈 때 뒤따라오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도록 출입문에 거울 시트지를 붙인 거야. 거울 옆에 비상벨을 설치해 벨을 누르면 자동으로 112 신고도 이뤄진다고 해.

서대문구는 관내 공중화장실 18곳에 비컨(beacon)을 부착했어. '경찰 안심신고' 앱에 가입한 뒤 비콘이 있는 곳으로부터 25m 이내에서 핸드폰을 흔들거나 전원버튼을 여러 번 누르면 경찰과 보호자 핸드폰에 위치가 전송되는 시스템이지. 나 홀로 살아 불안했다면, 오늘부터 이런 서비스를 활용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