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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커다랗게 '불조심' 써놓고 살 때도 있었는데…

임혜현 기자 기자  2016.10.10 1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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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동부권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불조심'이라는 표어를 측면에 큰 글자로 적어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요새는 미관을 해친다, 흉물스럽다고 해서 이렇게 표어를 크게 적어놓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불조심 표어를 광고 포스터처럼 동네 곳곳에 붙여놓는 관행이 있었다고 합니다.

전라남도 순천에서는 1960~70년대 배경의 드라마 촬영을 위해 '순천드라마 촬영장'을 만들 때도 자료를 고증해 세로 쓰기로 '너도나도 불조심 집집마다 불조심-내무부' 표어를 붙인 예가 있고요. 당시 광고 포스터 크기들과 비교해 보면, 위 아파트 벽의 글자처럼 '만만찮은' 크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새는 각종 사고나 재난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옅어진 것은 분명 사실인데요.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이 10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화재 시 5~8호선 지하철역들의 대피 소요 시간이 대거 기준을 초과했다고 합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도시철도 재난 시 4분 내 승강장을 벗어나고, 6분 이내로 외부까지 대피하도록 했지만 숭실대입구역이 총 13분이 필요하고, 여의나루역 등이 10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 태풍 때문에 부각됐지만, 부산 마린시티의 해안방수벽 안전 불감증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해운대구는 2012년 12월부터 마린시티 해안방수벽을 설치했지만, 민원 등의 이유로 적정 높이(3.4m)보다 낮은 1.2m밖에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린시티는 연안재해 위험에 계속 노출됐으며 이번에 큰 참사를 겪었지요.

기술이 부족하고 예산이 부족해 대비할 수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미관 등 다른 이유로 안전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오늘날의 상황은 분명 개선돼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옛날 스타일로 아파트 외벽에 구호를 적어놓은 위 아파트의 모습은 눈길을 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