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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미약품 '무너진 신화'…먹구름 낀 제약업계

백유진 기자 기자  2016.10.06 15: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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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미약품이 17시간 사이에 호재, 악재성 정보를 번갈아 공개하며 고의적 주가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제약업계는 연달아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R&D 열풍을 몰고 온 주역에게 오히려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29일 오후 4시경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1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성 정보를 발표한 후, 이튿날 30일 오전 9시30분경 기술 수출 취소라는 악재공시를 내보냈다. 개장 시작 29분 만에 뒤집힌 결과에 한미약품 주가는 한순간에 곤두박질쳤다.

현재 한미약품은 주가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미리 알고서도 늦게 공시했다는 것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미약품 측은 공시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의 공시 협의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변명했지만,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해당 공시 자체가 한국거래소 승인이 절차상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장기업 공시는 거래소 승인 없이 자율 공시 시스템에 따라 이뤄지므로 시스템이 열리는 오전 7시부터는 공지가 가능했다는 것.

지난 5일에는 한미약품 악재 정보가 공시 전날 카카오톡 주식투자 대화방을 통해 유출됐다는 제보에 따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더했다.

한미약품의 주가 조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미약품 전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월 기술수출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입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기업의 기본적 윤리의식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난달 29일 1조원 기술수출 계약 성사 호재공시 후 증권 저널리스트들이 한미약품 주가가 122만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는 등 긍정적인 전망을 앞다퉈 내놨다는 데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접한 후 주식을 대거 매입했으나 30분 사이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한미약품의 뒤늦은 사과에도 투자자들의 원성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늑장공시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소송을 준비 중이며 지난 5일에는 한 70대 남성이 한미약품 본사에서 투자 손실을 보상하라며 분신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4일 홈페이지에 공지한 사과문에 "주주여러분, 이번 주가 폭락과 그로 인한 심려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저희 믿음입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한미약품의 믿음일 뿐 소비자들의 신뢰는 땅 밑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지난해 수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며 국내 제약업계 R&D 성장에 도화선 역할을 했던 한미약품이 이런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약업계에도 큰 파장이 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약 바이오 거품론'까지 거론된다.

이번 사태는 기업윤리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신뢰와 제약업계의 성장 가능성까지 저버린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한미약품은 대한민국을 신약 강국으로 만드는 데 앞장선 기업인만큼 지금과 같은 안일한 대처 대신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공정거래 여부와 계약해지 통보 시간 진위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끝나면 한미약품이 제약업계 1위 기업으로 계속 군림할 수 있을지, 숨겨져 있던 썩은 동아줄인지가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