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모레퍼시픽이 가습기살균제로 상처 입은 국민들에게 또 한 번 실망을 안겼다. 아모레퍼시픽 메디안 치약 11종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MIT 성분이 검출되면서 회수조치가 내려졌기 때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치약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성분이다. 최근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가습기살균제에도 사용됐던 화학물질로 이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극단으로 치솟아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은 "치약 제품 안전성 문제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가까운 판매처나 아모레퍼시픽 고객센터를 통해 제품을 모두 환불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정책과 함께 식약처에서도 CMIT·MIT 성분을 삼켰을 때 실제 유해성이 적다며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원성은 쉬이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메디안 치약을 사용한 소비자 일부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으며 고객센터 전화는 불통이 됐다. 본지가 직접 제품 환불 문의를 위해 아모레퍼시픽 고객센터에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은 어려웠다.
치약의 주 판매처인 대형마트들도 환불 조치에 여념이 없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반품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약 19만개의 제품을 환불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고객 상담을 통해 환불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확한 환불 수량은 내달부터 파악이 가능하다"며 "서경배 회장 고발 건은 수사 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내용을 받지 못해 추후에 자료를 받아본 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이 아모레퍼시픽 주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7월 사드 배치 결정 이후로 급락했다가 최근 들어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가습기살균제 치약' 사건이 서서히 상승하던 주가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제품 환불 조치 후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상은 별도로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 치약 제품을 믿고 사용해온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올 초 '옥시 사태'를 겪은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 성분에 극도로 예민한 상태다. 특히 법무법인 넥스트로에 따르면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치약은 시장점유율 20%, 송염 치약은 5%로 전 국민의 1/4가량이 이번 사태의 잠재적 피해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으로 식약처는 국내 제조업체 68곳이 생산한 모든 치약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생활뷰티 기업들의 보다 책임감있는 모습을 언제쯤이면 볼 수 있을까. 옥시와 아모레퍼시픽 같은 사례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