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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경유? "내수불안보다 수출경쟁 걱정"

황 함량↓ 품질 높인 중국산…해외수출 우려↑

전혜인 기자 기자  2016.09.30 13: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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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국 정부가 중국산 휘발유·경유에 포함되는 황 함량을 국제적 기준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국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정유 수입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정유사들은 내수보다도 수출 시장 경쟁에서 밀릴까봐 우려하는 모양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황 함량을 기존 50ppm 이하에서 10ppm 이하로 강화하는 규제 기준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는 이전 방침을 바꿔 대도시에서는 올해부터 조기 시행하겠다고 최근 결정한 바 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정유 기준과 동일한 기준이며 유럽과 동남아보다 높아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치의 규제 기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중국산 정유를 수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경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정유사들이 공급과잉으로 인해 남아도는 경유를 밀어내기 전략을 통해서라도 해외에 수출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즉 중국 정유사들의 목적이 수출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수출 그 자체에 있으므로 마진에 집착하지 않고 싼 가격에 수출을 감행할 것이며, 국내 정유사들 역시 중국산 수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주유소에 유통되는 정유의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에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

물론 국내에 중국산 정유를 수입하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단 중국 정유를 수입해서 국내에서 판매하겠다는 수입사가 나타나야 하고, 수입된 석유를 공급할 주유소 유통망도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정유를 수입하는 시장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수송 과정부터 새롭게 길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비록 한·중 FTA로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관세 문제, 그리고 환율 문제 등 변수가 더해지면 생각했던 것만큼 가격 경쟁력은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정유업계에서는 내수시장에 대한 불안보다 수출 경쟁에 대한 부담이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점점 수요가 줄어가는 추세라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며 "다만, 해외 수출 과정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이 더 걱정"이라고 전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경유 수출량은 지난 상반기 하루 8만배럴에서 하반기 21만배럴로 늘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은 일본과 대만을 제치고 점유율 12%로 한국, 싱가포르, 인도에 이어 아시아의 경유 수출국 4위에 올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은 매일 914만 배럴의 경유를 생산해 428만배럴을 국내에서 소진하고 나머지 486만배럴은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중국과 질적·양적으로 격차가 존재하지만 문제는 이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조선·철강산업이 과잉공급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중국 정부가 주도한 산업굴기 전략 때문이었다.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정유업계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