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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 '낙하산 악순환' 못 끊나 안 끊나

이지숙 기자 기자  2016.09.23 17: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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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거래소 1층에 또다시 투쟁을 위한 천막이 펼쳐졌다.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 차기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기 때문이다.

거래소 노조는 이에 반대해 지난 21일 거래소 신관 1층에 천막을 치고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과 함께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를 실시했다. 최경수 현 이사장의 연임설이 유력해 보였지만 정 전 부위원장의 지원이 알려지며 최 이사장은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은 2012년 금융연구원 부원장에 선임됐으며 재직 시절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2013년 3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지난 1월에는 20대 국회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를 노렸지만 탈랐했다.

정 전 부위원장의 선임이 유력해지며 거래소 노조는 23일 오후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의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거래소 노조는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오랜기간 금융연구원에서 정권의 나팔수로 활동하며 정관계 인맥을 넓힌 전형적인 연피아"라며 "그동안 받은 대가로 보은해야 할 곳도 누구보다 많은 가장 최악의 낙하산"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거래소는 낙하산 인사의 최적선에 있으며 이번에 막지 못한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무수한 정권의 하수인들이 금융기관에 안착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만들 것인 만큼 낙하산 인사가 철회될 때까지 총력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직무가 공무와 관련 있다는 이유로 공직유관 단체로 지정돼 관료들이 퇴직 후 자리를 옮길 수 있는 합벅적인 낙한 장소로 꼽힌다. 지난해에도 금융위원회 출신이 시장감시위원회 본부장으로 부임해 잡음이 일었다.

거래소 뿐만이 아니다.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거래소를 시작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까지 교체 예정인 금융권 최고경영자는 총 11명이다. 한국예탁결제원도 11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유재훈 사장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으로 선임되며 차기 사장 선임이 급하게 됐다.

이 같은 '낙하산 인사' 논란은 최근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사태의 참혹한 결과를 벌써 잊은 건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홍 전 산은 회장은 AIIB 부총재직으로 자리를 옮기며 정부와 상의없이 휴직계를 내 AIIB에 4조원이 넘는 돈을 낸 우리나라는 부총재 자리를 잃고 국제적 망신까지 당해야 했다.

'인사는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능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앉혀야 조직이 잘 굴러가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다. 기업 수장 자리는 더 이상 내려꽂는 '낙하산'이 아닌 리더십과 전문성, 도덕성 등 인사 검증 작업을 제대로 거친 인재에게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