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번 여름 닭과 돼지가 죽는 걱정을 하니 주변 사람들이 보험사 직원이 왜 그런 걱정을 하는지 의아하게 보던데요. 그만큼 올여름 참 힘들었습니다."
NH농협손해보험(농협손보) 관계자의 뼈가 있는 한마디다. 대부분 손보사들에게 올여름 폭염은 반가운 손님이었으나, 농협손보에게는 불청객이었다.
보통 7~8월 손보사들의 손해율은 매년 여름 휘몰아치는 장마와 홍수 때문에 일어난 사고로 급증한다. 이러한 손해율은 손보사들의 여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러나 올여름 태풍과 장마가 거의 없어 여름철 각종 사고 발생률이 떨어지면서 수익이 대폭 늘었다. 실제 7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빅5 손보사들의 합산 순이익은 2883억원으로 지난해 7월보다 44% 늘었다.
이렇듯 폭염으로 손보사들이 활짝 웃는 가운데 웃지 못하는 손보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농협손보다.
농협 계열사인 만큼 농협손보는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상품은 물론 농업정책보험, 풍수해보험 등 농민 중심의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각종 농촌 위험으로부터 재산 보호에 앞장섰다. 이 때문인지 도시에서는 농협, 농협손보 등 농협 금융사들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농촌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올해 연이은 찜통더위를 이기지 못한 가축들이 줄줄이 폐사하게 되면서, 농협손보는 '역대 최대' 폭염피해 보험금을 농가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최근 3년간 농협손보의 폭염피해 지급보험금은 2013년 50억원, 2014년 21억원, 2015년 74억원이었다.
회사 방침 때문에 월별 실적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폭염으로 7~8월 실적이 어느 정도 감소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 전언이다. 더욱이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지급여력비율(RBC)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6월 말 기준 농협손보 RBC비율은 184.6%로 지난해 말보다 30%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폭염은 끝났지만, 농협손보는 한 차례의 고비가 더 남아있다. 현재 농가들이 과실을 수확하는 시기인데, 그동안 태풍이 오면 과실에 심한 손상을 입기 때문. 다행히 농민들의 근심을 안겨줄 뻔한 태풍 말라카스는 일본으로 우회했지만 아직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농협손보는 IFRS4 자본금까지 마련해야 하니 참 막막한 노릇이다. 실제 농협손보는 실적 손해 때문에 일부 GA에 4분기 농협손보 상품 판매 중지 요청을 내리기도 했다.
농협손보가 GA 설계사에게 돌린 내용을 보면 △당사 법인 사업 추진 경험 미숙으로 인한 2016년 사업비 초과 집행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금융지주 상황 △연이은 폭염으로 정책보험 손해 과다 등이 문제가 됐다는 이유다.
이런 위기 속에서 IFRS4 자본금 확보와 RBC비율 개선을 위해 농협손보가 발행한 후순위채권은 다행히 큰 성공을 거뒀다.
기존에는 농협금융지주의 증자를 통해 자본을 구했지만, 조선·해운 구조조정 손실 여파로 금융지주 상황이 악화되자 자금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어 첫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
농협이라는 브랜드력 때문이었을까. 첫 후순위채 발행은 날개돋친 듯 팔렸으며 농협손보는 RBC비율이 25.5%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농촌의 모든 금융업무는 농협으로 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농촌이 믿고 의지하는 회사라는 셈이다. 이번 해는 농협손보도 힘들었던 해였지만, 농민에게는 지옥과 같은 해였다. 이러한 농민 마음을 헤아린 듯, 올 한 해 농협손보의 농촌 사회공헌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진행되기도 했다.
후순위채에 이어 다양한 실적 강화 강구책을 통해 위기를 잘 극복해 그들의 모토처럼 '농민의 동반지에서 국민의 동반자'로 거듭하는 농협손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