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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의 글쓰는 삶-16] 육지에서 달리는 거북이

이은대 작가 기자  2016.09.20 18: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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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다른 사람들의 직업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면서도 다른 이들의 직업을 보며 부러워했다. 그들은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같았고, 시간도 훨씬 자유로운 듯 보였다.

개인 사업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인생을 참 멋지게 사는구나 싶은 생각도 많이 했었다.

주변에서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적인 이야기가 들려올 때면 나도 모르게 함께 한숨을 쉬었고, 지금 다니고 있는 이 직장이 언제까지 내 삶을 책임져 줄 것인가 하는 불안한 마음도 함께 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나는 사표를 던졌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가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참 의미있고 신선한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모험과 도전은 우리 인생에서 늘 함께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결국 성공에 이른 많은 사람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전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도전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스스로 큰 뜻을 품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움직이는 것은 누가 봐도 멋진 일이지만, 나처럼 그저 다른 사람들의 삶이 부러워서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이 덜컥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남들처럼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 라는 말은 도전이라기보다 욕심에 가깝다. 무슨 일이든 욕심과 집착이 바탕에 있을 때 어김없이 실패는 찾아온다. 내가 만약 사업에 뜻을 품고 제대로 준비한 후에 직장생활을 그만뒀더라면 아마도 그토록 처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부러워했다.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늘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보며 현재의 내 모습을 비관했다.

왜 나는 저들처럼 부자로 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더 높이 오르고 싶다는 야망이나 목표 따위가 아니라 그저 눈에 보이는 타인과의 비교만을 일삼아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며 살았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토끼가 낮잠을 자는 바람에 부지런하고 끈기 있는 거북에게 결국 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우리는 근면과 성실의 중요성 그리고 자만을 경계하라는 충고를 얻는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거북이는 왜 굳이 토끼와 경주를 했을까. 많은 동물들이 그들의 경주를 부추겼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공평한 경기가 될 수 없었다.

만약 토끼와 거북이가 바닷속에서 경주를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마 거북이가 넉넉한 차이를 두고 이기지 않았을까.

수영선수 박태환과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가 백미터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모르긴 해도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경기라며 차라리 수영시합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이 가진 고유의 환경과 능력이 있다. 물론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지만, 아무런 목적도 가치관도 없이 그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며 그들의 뒤를 쫓는 것은 너무나 허무하고 의미없는 일이다.

직장생활은 직장생활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가치가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사업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다. 이렇듯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테두리 내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아 인생의 의미를 새기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얼마나 쓸데 없는 일인지, 얼마나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삶인지 제대로 깨달았으면 좋겠다.

육지에서 빨리 달리는 거북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최고다 내 인생> 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