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남의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내는 데 만족하지 않은 유통업계가 브랜드 내재화를 추구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거래를 통해 쌓은 자신의 브랜드 값어치를 직접 상품을 개발, 론칭하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이 같은 PB(Private Brand, 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 브랜드 상품) 등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PB는 효자 아이템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대형마트는 식품과 주류, 의류업계에까지 도전에 나섰고, 백화점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등 방향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B의 저렴하고 질 좋은 이미지만으로 장악이 어려웠던 패션 영역에 대한 노크도 줄을 잇고 있다.
GS샵은 2012년 프리미엄 패션 PB브랜드 '쏘울'을 선보인 바 있다. 최고 품질의 의류를 합리적 가격에 선보이기 위해 호주양모협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호주 위제스퍼 지역에 전용목장을 운영하는 방식을 과감히 도입했다. 최상급 '엑스트라 파인 메리노울'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효과를 거뒀다.
이 브랜드는 해외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차이나 패션위크(CFW) 기간 중국 베이징에서 GS샵과 중국 3대 홈쇼핑 후이마이가 공동 개최한 'GS샵 베이징 컬렉션'에 참석했다.
또한 올해부터 이탈리아의 유명 쇼룸 '스튜디오 제타(Studio Zeta)'를 통해 유럽 유명 편집숍 등에 입점도 시작했다. 아울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패션박람회 '프리미엄 베를린(PREMIUM BERLIN) 트레이드쇼'에 참가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베이직 아이콘'과 '테(TE)'를 통해 PB 브랜드 가치에 힘을 싣고 있다. 유통명가 롯데마트가 이처럼 패션 PB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에는 일명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의류시장을 유니클로 등 기존 강자가 좌우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공세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유니클로는 연간 1조원이 넘는 총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다른 SPA 부문 경쟁업체들과 갑절 이상 차이가 나는 규모다. 유니클로의 아성을 깨기 위해서는 단순한 추격 전략보다 SPA와 PB 의류가 갖는 한계 탈피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롯데마트는 옷의 기획 단계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개편해 기존 PB 의류의 한계로 지적됐던 평범함과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마트도 PB인 '데이즈'를 가졌으며 이를 패션과 접목시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PB 브랜드의 패션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정도를 넘어 온라인 사업 강화의 주요 키워드로 패션 PB를 주목하는 양상이라 눈길을 끈다. 이마트는 이마트몰에 전문관을 열고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섰다.
이마트몰에 남성·여성·유아동 의류와 스포츠 의류와 속옷, 잡화류까지 한자리에 모은 전문관을 조성한 것이다. 단순히 PB에 패션을 더하는 시도를 한 것이 아니라 유통업계 고민인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매출 정체 돌파구를 새 영역과 카드에서 찾겠다는 공세적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인 이마트몰 매출은 28% 증가해 오프라인 매출 신장률(1%)을 크게 앞선 상황이다.
한편 데이즈는 오프라인 매출이 급성장했지만 온라인 매출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온라인을 두드리면서 오프라인 매출에서 역량을 발휘한 바 있는 데이즈를 선봉에 세우는 셈이다.
일종의 모험으로 비치지만, 이제 제대로 멍석을 깔아줌으로써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 매출 효과와 같은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치밀한 사전 계산이 작용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처럼 유통업계에서 여러 각도에서 패션 PB의 유용성과 잠재력에 주목하는 만큼 대대적인 리뉴얼 단행이나 소재나 트렌드에서의 과감한 실험이 향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뛰어난 가성비로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패션 PB 전략의 진화가 정체된 소비시장을 깨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