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취 4년 차인 필자는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낭만 가득한 생활을 꿈꿨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자유' '예쁜 방 꾸미기' 등의 로망 말이죠. 그러나 그런 꿈은 잠시, 현재는 공과금부터 냉장고 정리까지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우당탕 한 편의 '생존기'를 찍는 중입니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반말투를 사용한 '자취생존기'는 하루하루 생존 중인 자취인들이 겪는 문제를 짚고 소통하고자 마련했습니다.
다들 추석 연휴는 잘 보냈니. 나는 큰집에 가봤자 이런저런 잔소리 들을 게 뻔하니 잔업이 있다는 선의의 거짓말을 했어. 부모님한텐 죄송하지만, 다음에 찾아가면 되니까.
연휴마저 홀로 있어 외롭지 않았냐고? 또 밥은 어떻게 먹었냐고? 다들 내가 우울하게 혼자서 대충 끼니를 때웠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 모두 '혼자는 힘들고 외롭다'라는 공식을 떠올리며 혼자 사는 날 측은하게 보긴 해. 방금 너희가 방금 물어봤던 질문도 수십번 들었어.
사실 예전에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라는 사실이 참 서글펐는데, 혼자 지지리 궁상 떨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 낫더라고. 심지어 연휴 동안 나 홀로 있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니까?
이번 연휴에 집 앞에 국내외 최고 맛있다는 간식을 모아둔 식품편집매장에서 나를 위해 큰마음 먹고 비싼 케이크까지 샀어. 그리고 그 케이크를 먹으며 인터넷으로 휑한 집안에 놓을 1인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보러 다녔지. 아, 물론 가을옷도 고르고 말이야.
과소비한 것이 아니냐고? 변명 같지만, 최근 나를 위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어. 없는 살림에 월세까지 내느냐 큰돈을 소비하진 못하지만 합리적인 범위 내 소비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인다는 거지. 비싼 케이크라도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정답 아니겠어?

포미(FOR ME)족이라는 말, 많이 들어봤지? 건강(For health), 싱글(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글자를 따 만든 신조어인데, 자신이 가치를 두는 상품은 아끼지 않고 구매하는 소비 성향을 의미해.
이러한 포미족은 최근 나 같은 1인 가구에서 많이 볼 수 있대. 비슷한 말로 싱글슈머(Singlesumer)라는 말도 있어. 싱글(Single)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생활 패턴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기 때문에 소용량 제품을 선호하는 1인 가구를 뜻해.
그래서 시장에서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 최근 세븐일레븐은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1인 가구 상품 브랜드 '싱글 싱글(SINGLE SINGLE)'을 론칭했어. '직화돼지껍데기' '직화돼지불고기' 등 혼밥족, 혼술족을 겨냥한 음식을 내놓은 거야.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 작은 평수에서 거주하는 1인 가구를 위한 실속형 가구도 자취생 눈길을 끌고 있어. 수납공간을 활용한 침대라거나 1인용 소파 같은 가구 말이야.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인용 소파 판매량은 2014년보다 168% 증가했어. 한샘 온라인쇼핑몰 매출 중 1인용 가구 매출 비중도 13%나 된대.
1인용 미니 밥솥과 소형 세탁기 등을 내놓는 생활가전 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어. 좁은 공간에서 대형 가전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해 자취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지. 최근에 나도 미니 밥솥을 구매했는데, 밥맛이 괜찮더라고.
심지어 보험도 포미족을 위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기존 '가족 중심'의 상품에서 벗어나 '나'를 중심으로 설계된 상품들이 나온 거야.
이러한 상품을 출시한 현대라이프생명 측 설명을 들어보면, 보험은 현재 발생 가능한 위험으로부터 가장 소중한 '나'를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대. 특히나 최근 1인 가구의 포미족이 증가하면서 보험 역할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해.
어때. 이렇게 살펴보니 1인 가구도 꽤 살 만하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말이야. 외로울 필요도, 구질구질하게 살 필요도 전혀 없어. TV만 틀어도 당당하게 사는 1인 가구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나잖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조금 패러디해 말하자면, 혼자라고 기죽지 말고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