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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버스 하차 시 우선해야 할 것은…

백유진 기자 기자  2016.09.19 16: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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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서울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버스 좌석 뒤편에 붙여진 문구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는데요. 모든 좌석에 '정류소에 정차하기 전에 절대 일어서지 마십시오'라는 표시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더군요.

그러나 정작 승객들은 버스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문구를 보고도 하차 전 미리 뒷문으로 가 서있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필자도 마찬가지였죠.

이처럼 버스가 정류소에 멈춰서기 전에 승객들이 뒷문에서 대기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버스 기사들이 승객이 미리 대기하지 않으면 정류소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다보면 배차 간격 맞추기 급급한 버스 기사들이 하차가 늦는 승객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정류장을 지나치는 상황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심지어 하차벨을 눌렀음에도 빨리 내리지 않았다며 승객을 하차시키지 않기도 합니다.

일부 버스기사들은 늦게나마 하차문을 열어주면서 "그러게 왜 미리 하차문 앞에 서 있지 않았냐"며 승객을 추궁하기도 하죠. 필자 역시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중 하차문에서 미리 기다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버스가 정류소에서 멈추지 않아 지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지키지 않는 문구가 버스에 붙여져 있는 것을 보다 보니 올해 초 일본을 방문했던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일본을 방문하기 전 여행을 계획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일본 여행 정보를 수집했었는데, 그 중 이런 멘트가 시선을 사로잡더군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버스 기사들이 승객이 다 내릴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줘요. 버스 승차 시 요금을 내는 우리나라와 달리 하차 시 요금을 내기 때문일까요?"

실제로 일본 시내버스를 이용해본 결과, 이 말은 사실인 것처럼 보입니다. 일본 버스는 우리나라와 달리 뒷문으로 탑승해 앞문으로 내리면서 요금을 정산, 지불하는 시스템인데요. 그래서인지 버스 기사들은 승객이 완전히 내릴 때까지 차를 움직이지 않더군요.

버스 기사가 승객 하차 전까지 침착하게 기다려주기 때문에 승객 역시 버스가 정차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여행 중 넘어질까 조마조마하며 손잡이를 붙잡고 있을 필요 없이 보다 안전하고 질서있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죠.

버스 기사들이 하차하는 승객들을 기다려주지 않는 이상 승객들이 정차 전 일어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정류소에 정차하기 전에 절대 일어서지 마십시오' 대신 '정류소에서 승객이 내릴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세요'라는 문구를 버스 운전석에 붙여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