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9일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산업은행장 재직 시절 대우조선해양(042660)에 압력을 행사해 부당 업체에 투자를 강요했다는 혐의다. 검찰의 수사가 대우조선해양 및 산업은행의 중심으로 향하면서 민유성 전 행장에 대한 소환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 검찰에 출두한 강 전 행장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평생 조국을 위해서 일을 했고 공직에 있는 동안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며 "오해를 받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대우조선해양의 수상쩍은 행적에 대해 강 전 행장이 영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사업성이 낮은 업체에 대한 부당투자 강요가 주요 쟁점이다.
강 전 행장이 취임한 지난 2011년, 산업은행은 그의 경남고 동문인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에게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180억원을 대출했다. 한성기업의 관계사까지 더하면 대출 금액은 약 240억원에 달한다. 특히 강 전 행장이 행장으로 부임하기 전 한성기업의 경영고문으로 위촉된 바 있어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이어진 관계가 대출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성기업은 이 중 5억원을 다시 강 전 행장의 지인이 경영하는 바이오 업체인 B사에 투자했다. 뒤이어 대우조선해양도 B업체에 지분투자 및 연구사업 명목으로 총 55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와 별개로 B사에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5억원 규모에서 2000원 모자란 4억9999만8000원씩 '소액 지원'하기도 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계열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을 통해 강 전 행장의 종친이 운영하는 건설업체 W사에 50억원 규모의 일감 몰아주기를 행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W사의 매출 대부분이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건설 및 대우건설에서 수주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같이 대우조선해양이 강 전 행장과 관계된 업체에 부당 투자한 금액만 100억원대 규모다. 검찰은 이날 오후까지 강 전 행장에 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구속 등 신병처리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강 전 행장이 결국 소환됨에 따라 검찰의 대우조선 수사가 어디까지 향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 전 행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을 역임한 실세다.
이미 강 전 행장을 중심으로 MB정권 인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고문·자문 등을 맡아 회사의 부실을 자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검찰의 칼끝이 전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직접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강 전 행장의 전임인 민유성 전 행장 역시 대우조선해양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로비 사건인 '박수환 게이트'로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만큼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시각이다.
산업은행은 2000년 대우그룹 워크아웃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약 16년간 대출 등으로 총 7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비리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06년 남상태 전 사장이 부임한 이후 고재호 전 사장까지 9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이 자행해온 분식회계 규모만도 10조원 이상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이 비리를 감시해야 할 산업은행 운영진은 오히려 비리를 부추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더해 정성립 사장이 '과거와의 단절'을 목표로 빅 배스(전임자 재임기간에 누적됐던 손실 및 향후 잠재적 부실요소까지 회계연도에 반영해 손실규모를 드러내는 것)를 단행했으나, 그 역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자 지난해 발생한 1200억원대 손실을 사업보고서에 축소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