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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 칼럼] 푼주 송편이 주발 뚜껑 송편 맛보다 못하다?

송준 칼럼니스트 기자  2016.09.12 10: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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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을걷이를 마치고 1년 중 가장 풍요로운 기간인 추석에는 수확한 햅쌀과 햇곡식으로 한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떡을 만들어 먹고는 했다.

송편 속에는 꿀·밤·깨·콩·대추 등과 같은 소를 넣고 보름달 혹은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기 마련인데, 종류에 관계없이 송편을 찔 때는 솔잎을 빠뜨릴 수 없다. 송편(松-)의 '송'자가 '소나무 송(松)'인 이유는 솔잎을 반드시 넣기 때문이다. 

이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떡 사이 향긋한 솔잎향이 베이는 것은 물론, 피톤치드가 풍부한 침엽수 잎을 넣어 세균이 근접하지 못해 부패를 막는다.

'푼주의 송편이 주발 뚜껑 송편 맛보다 못하다'라는 송편에 관한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그릇에 담기더라도 정성이 빠지면 음식 맛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다음과 같은 사연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숙종이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자 남산골에 가게 됐다. 깊은 밤, 글 읽는 소리가 나서 찾아가니 가난한 선비는 책을 읽고 옆에 아내는 등잔 밑에서 바느질 중이었다. 

젊은 부부의 모습이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해 보였다.

남편이 책을 덮고 출출하다고 하자 아내가 주발 뚜껑에 담긴 송편 두 개를 남편에게 내밀었다. 남편은 얼른 한 개를 주워 먹더니, 남은 하나도 집었다. 

똑같이 시장할 터인데 남편의 행동이 야박하게 느껴질 때, 갑자기 남편이 송편을 입에 물고 아내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부부의 행복한 모습에 숙종은 궁궐로 돌아와 왕비에게 송편을 먹고 싶다고 하자, 큰 수라상이 들어왔다. 

큰 푼주에 송편이 쌓인 모습에 숙종은 송편그릇을 내동댕이치며 "한 푼주를 다 먹으라니 내가 돼지야?"라고 버럭 화를 낸 데에서 속담이 생겨났다.

요즈음에는 웰빙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굳이 특별한 명절이 아닌 평소에도 떡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송편은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밤톨 크기로 디저트로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한가위 명절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색색의 송편을 가까운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은 어떨까?

송준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