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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소비자적 성과연봉제 폐단, 현실로 드러나

금융노조 "성과주의로 극찬 받던 웰스파고, 허위계좌 200만개 개설해 불법영업 2000억 벌금"

이윤형 기자 기자  2016.09.12 09: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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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에 반발해 오는 23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성과연봉제에 대한 맹신이 실제로는 아무 근거 없는 이념적 공세라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성과주의로 저금리 시대에도 고수익을 달성해 그동안 국내 금융지주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온 미국의 주요 대형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가 불법 가짜 계좌 개설로 벌금을 물게 됐기 때문이다.

12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고객 명의를 도용한 불법 가짜 계좌 개설로 1억8500만달러(약 2037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 9일 미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웰스파고가 지난 2011년부터 고객 명의를 도용해 200만개의 허위 계좌를 만들어 벌금 1억8000만달러와 고객 환급 비용 500만달러를 부과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웰스파고 직원들은 고객명의의 은행계좌나 신용카드 계좌를 몰래 개설했으며, 기존 계좌에 있던 돈을 이 유령 계좌로 옮기고 허위 신용카드 연회비 등의 명목을 들어 고객계좌에서 40만달러가 넘는 돈을 빼냈다.

이는 모두 웰스파고 매출로 잡혔으며 실적을 올린 직원들은 보너스를 받았다. 유령 계좌 개설에 가담해 해고된 직원 숫자만 5300명에 이른다.

웰스파고는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과 함께 미국 4대 은행이며,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 내 최대 은행이다. 특히 웰스파고는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의 벤치마킹 1순위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충격이 더 크다.

KB금융은 어윤대 전 회장 시절부터 웰스파고의 성공전략을 배워야 한다고 밝혀왔다. 아울러, 임영록 전 회장 시절 웰스파고와 업무협약을 강화하면서 경영현안을 공유하고 보험회사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과거 신한은행도 웰스파고가 은행 이자 외의 수익이 전체의 50%에 가까운 점을 들며 은행과 비은행사업 간 시너지를 강조했으며,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웰스파고처럼 임직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영업에 임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웰스파고식 경영전략의 핵심은 '고객밀착'과 '교차판매' 영업이었다. 고객 1인당 6개 이상의 그룹 계열사 금융상품을 팔아비이자 수익을 높이고 직원 한 사람이 하루에 30명 이상의 고객과 접촉하는 밀착영업을 통해 저금리 시대에도 고수익을 달성했다는 극찬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웰스파고의 영업전략의 뒤에 짙게 드리워졌던 성과지상주의의 폐해가 낱낱이 밝혀진 셈이다.

웰스파고는 지난 2007년 취임한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실적 압박이 더 강화됐다. 웰스파고 경영진은 매 분기마다 교차판매 실적을 투자자에게 과시해왔고 은행원들은 교차판매 실적 달성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

이런 공격적 마케팅에 힘입어 웰스파고 주가는 계속 올랐고 지난해 여름 시가총액이 3000억달러에 육박해 중국공상은행을 누르고 세계 최고 시가총액 은행으로 올라선 적도 있다.

블룸버그도 이번 사태가 웰스파고 측이 직원들에게 무리한 영업 실적을 요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마이크 퓨어 로스앤젤레스(LA) 시 검찰청 검사장은 지난해 웰스파고가 직원들에게 편법을 장려하면서 강압적으로 실적 달성을 요구했다며 웰스파고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정부가 금융권에 반강제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상황이어서 금융기관의 성과주의 강화하는 방향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저성과자 해고 문제가 성과연봉제의 반노동적 폐단이라면, 이번 웰스파고 사태는 태생적으로 반소비자적인 성과연봉제의 폐단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노조는 고객과 국민을 위해서라도 절대 성과연봉제 강요를 수용할 수 없으며, 9·23 총파업을 통해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