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때 일부러 불량인 제품을 만드는 곳은 없다. 혹시라도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에서 불량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곧 비상상태. 이 때문에 수많은 공장들은 '불량제로'에 심혈을 기울인다. 지난 9일(현지시각) 방문한 현대모비스의 베이징 모듈3공장 역시 그랬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중심부로부터 북동쪽을 향해 한 시간 정도 달리자 베이징 모듈3공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누가 한 지붕 아니랄까 바로 옆에는 현대차 베이징 3공장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추후에 알고 보니 불량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깊은 뜻이 있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드르륵" "삑~삐빅" 거리는 작업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고, 공장 근로자들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베이징 모듈3공장은 3대 핵심모듈인 △운전석 △섀시 △프런트엔드 모듈을 생산한다. 일명 '부품덩어리'로 불리는 해당 모듈들은 현재 위에둥(중국형 아반떼HD)과 랑동(중국형 아반떼MD), 싼타페DM(중국형), 밍투(중국현지 전략모델)에 들어간다.
운전석 모듈에는 △클러스터 △오디오 △에어백 △공조시스템 등이 장착되고, 프런트엔드 모듈에는 △헤드램프 △범퍼 레일 △쿨링시스템 등 수십 개의 하위 부품들이 탑재된다.
섀시 모듈은 차량하부 뼈대를 구성하는 조향과 제동, 완충 작용을 하는 현가 관련 부품들이 들어간다. 다만, 프런트섀시 모듈의 경우 국내 모듈 공장과 다르게 엔진과 변속기까지 장착된다. 이에 모듈 조립라인 옆에는 거대한 엔진과 미션 창고가 있다.
이처럼 베이징 모듈3공장에서 만든 3대 핵심모듈은 전체 차량조립의 50%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순식간에 모듈 몇 개를 끼고 차량 언더바디와 바퀴만 장착하면 완성차 한 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2층으로 올라가자 77m 길이의 '터널컨베이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것이 바로 현대차 베이징 3공장과 현대모비스 모듈3공장이 붙어있는 이유다.
보통 부품공장에서 만들어진 부품은 트럭을 통해 완성차공장으로 옮기는데 이럴 경우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베이징 모듈3공장은 트럭 대신 터널컨베이어를 활용해 직서열(JIS) 방식으로 현대차에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제품에 문제가 생길 틈이 없는 것이다.
즉, 베이징 모듈3공장은 '터널컨베이어'를 통해 부품 상·하차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기후와 도로 조건에 관계없이 부품을 안정적으로 완성차 라인에 보내고 있었다.
윤여성 현대모비스 베이징법인장(전무)은 "터널컨베이어의 장점은 물류비용 절감과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부품공급"이라며 "베이징 모듈3공장은 이를 통해 연간 물류비용을 42억원가량 절약하고, 효율적인 부품공급으로 차량생산의 조립속도를 높여 기존 1·2 공장 보다 1.5배 많은 연간 4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스템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시스템"이라며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차량설계와 생산시스템 설계 등을 모두 바꿔야 하는 만큼 불량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베이징 모듈3공장은 시간당 97대, 초 단위 환산을 거치면 37초당 한 대 꼴로 모듈을 생산한다. 직서열 방식으로 모듈을 공급하다보니 현대차 베이징 3공장 역시 시간당 97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베이징 모듈3공장은 생산효율뿐 아니라 글로벌 최고 수준의 품질안전보증시스템도 확보하고 있다.
먼저 바코드시스템. 모듈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은 고객이 주문한 차종과 사양에 따라 모두 다르다. 이런 만큼 잘못하면 부품이 뒤바뀔 수도 있다. 이에 이 공장 작업자는 부품이 하나씩 조립될 때마다 이를 바코드로 읽어 개별부품이 주인을 잘 찾아가고 있는지를 실시간 확인한다.
에코스시스템은 △에어백 △각종 경고등 △시트벨트 등 수많은 전장부품들이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한 번에 점검하는 장치다. 더불어 모니터링시스템과 식별등시스템을 활용해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해 혹시라도 있을 이종부품 결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윤 전무는 "최상의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까다로운 중국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품질 최우선 전략을 승부수로 던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모비스의 노력 때문일까. 베이징 모듈3공장은 지난해 280만대 생산에서 불량은 0.00007%(2건)에 불과했고, 올해 현재까지 불량이 전무하다.
마지막으로 윤 전무는 올해 현대모비스 베이징법인의 매출액이 전년 5조2200억원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라며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실적부진으로 현대모비스의 매출도 줄었지만 올해는 적어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