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민족대명절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통업계에서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백화점·대형마트들은 예상외의 선전을 거두고 있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추석 전 마지막 주말이 남아있어 정확한 수치라 할 수는 없지만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보다 늘어났거나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라며 "추석명절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중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만원 이내 '김영란 선물세트' 수요↑…가격양분 심화
김영란법의 시행일은 오는 28일로 추석 이후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범 케이스로 걸릴 수 있다는 우려로 몸을 사리는 게 일반적인 추세. 이에 각 업체들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5만원 이내의 선물세트들을 대거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추석연휴를 맞아 실속 선물세트 구매 고객들을 위해 40여 품목에 대해 5만원 이하의 상품을 마련했다. 이는 전체 품목의 50% 수준이다.
아울러 오는 13일까지는 명절 선물세트 행사 최초로 △한우갈비 △굴비 △수삼 △더덕 세트 등 전품목을 20% 할인하는 등 올 명절 마지막 할인전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파트너사들은 선물세트 재고를 최대한 소진할 수 있게 됐다.
AK플라자도 불황형 소비와 김영란법 시행 등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가성비 테마의 중저가 상품을 대거 늘렸다. 오는 16일까지 판매되는 풍요지본(豊饒之本) 세트에는 △천년미인 마이위시 세트 △천연담아 천연조미료세트 △핸드메이드 프룻잼 세트 등을 5만원 이하의 가격대로 구성돼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5만원이 넘지 않는 가격대의 선물세트가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전년 대비 3.3% 높은 88.5%로 확대했다.
홈플러스도 "올 추석에도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과일인 사과, 배 세트의 수요가 높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5만원 미만의 과일 세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5만원 이내의 가성비 높은 상품과 함께 선물세트에 빼놓을 수 없던 한우 등 고가의 선물세트도 꾸준히 선보이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100만원 육박하는 최고급 한우 세트를 내놨고 갤러리아백화점은 독점계약을 맺은 강진맥우작목반의 선물세트를 전 지점에서 판매한다.
홈플러스에서는 대형마트 단독으로 홍삼의 최상위 등급인 천삼 중 우수한 상품을 엄선한 '대동고려삼 천삼 10지'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속 선물세트만큼이나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역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선물세트의 가격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추세"라고 제언했다.
◆선물세트 매출·택배량 모두 늘어…마지막 명절 특수 되나?
지난 8일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5일 우체국 택배 사상 하루치 물량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추석선물세트 판매가 줄면서 택배량도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접수된 택배는 총 195만 상자로, 지난해 추석 관련 배송 하루치 최고 기록인 183만 상자보다 6.46% 증가했다.
아울러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추석선물세트 매출 또한 고르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6일까지 추석선물세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29일 이후 이달 6일까지 전년동기 대비 추석선물세트 매출이 각각 8.5%, 5.9% 늘어났다. AK플라자 추석선물세트 매출 역시 지난 29일부터 8일간 전년동기대비 11% 신장했다.
대형마트 역시 이달 1일부터 6일 기준 이마트 15.1%,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6일 기준 롯데마트 7.9% 선물세트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측도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홈플러스 또한 이와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애초 예상과는 달리 선물세트 판매실적이 호조를 보이자 업계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내놓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법 시행 이후에는 선물을 보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성의를 표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김영란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봤을 때 이번 추석은 유통업계의 '마지막 특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선식품 물가 상승으로 인해 판매가가 높아진 것과 김영란법 영향으로 저가의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경향이 늘어났다는 것도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