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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케이블방송, 알뜰폰 부럽다면 '혁신' 먼저

황이화 기자 기자  2016.09.07 18: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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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심사가 종결된지 44일 지났다. M&A를 업계 위기 탈출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여겼던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은 정부에 유료방송발전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IPTV를 통해 유료방송산업에 들어설 수 있었던 계기도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추진에 따른 것이었듯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방송과 통신산업은 정부 방침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은 지난달 말 국회에서 유료방송발전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동등결합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더 마련해줄 것, 지상파 방송사와의 재송신료 분쟁 해결에 더 적극성을 보여줄 것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간 요구해왔던 정책 개선 이슈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케이블방송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불허 결정 근거로 '지역별 지배력'을 거론한 데 따라 향후 다른 사업자들의 M&A 성사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렇다 보니 정부 지원은 더욱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케이블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사업자가 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계통신비 인하의 '꽃'으로 자리매김한 알뜰폰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부럽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알뜰폰 시장은 정부의 지원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다. 우체국이 알뜰폰의 오프라인 매장이 되면서 대중에 잘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획기적인 상품의 영향이 가장 컸다. 올해 초 에넥스텔레콤이 출시한 '기본료 0원, 통화 50분'의 'A제로' 요금제는 이동통신시장 전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품으로 '알뜰폰 열풍'이라고 불릴만큼 가입자를 끌어모았었다.

물론 A제로 요금제 수요를 모두 감당하지 못한 에넥스텔레콤은 이번 우체국 알뜰폰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그럼에도 한 알뜰폰 사업자의 도전적 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알뜰폰시장은 전체 통신시장 10%를 차지할 만큼 양적으로 성장했으나, 여전히 수익기반이 약한 업체가 많다. 그럼에도 정부지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 오히려 새 상품을 앞세워 자체적인 경쟁을 펼치는 모습은 케이블방송사업자들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한 케이블방송사 관계자는 "케이블방송사업자가 새로운 노력을 한다지만 이통사가 막대한 비용을  IPTV에 투자하고, 이들이 가진 통신기술로 IoT(사물인터넷) 사업을 진행해 이를 유료방송과도 연계하는 것을 뛰어넘긴 힘들다"며 "케이블방송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데 투자를 많이 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케이블방송업계에서는 매월 꼬박꼬박 수금되는 서비스 이용료로 한창 호황기 때는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하기도 했으니 안이한 태도를 갖기 쉬웠을 것이다. 업계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혁신적인 모습은 찾기 어려워 아쉽다. '방송산업은 규제산업'이라는 틀에 갖혀 정부 지원만 요구하는 케이블방송업계가 언제 '미운오리'로 전락할지 우려도 된다.

케이블방송업계에서도 알뜰폰의 '0원 요금제'처럼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알뜰폰이 '저렴하다'는 이미지에 '합리적'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받은 것처럼 케이블방송도 낡은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벗어던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