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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업' 전문 기술업체 우승산업도 돈주고 브로커를…왜?

다양한 아이디어 특화시켜도 우선납품, 어려운 '모호한 구조' 발목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9.06 17: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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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농어촌공사 공사 주변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시끄럽다. 여러 크고 작은 문제가 그간 부각됐지만 브로커 문제도 존재한다. 브로커를 활용해 농어촌공사 관련 공사를 수주받고자 한 업체도 함께 주목을 끈다.

전라남도 나주에 본사를 둔 우승산업. 1995년 출범했지만 반달형 회전수문 등 아이디어에 빛나는 기계 설비들을 다량 개발해온 회사다. 배수용 수문, 핸들식 수문권양기 등 수문 관리 관련 설비는 물론 수중모터펌프 등 수처리의 모든 관련 영역을 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력도 높고, 브랜드 가치도 상당하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되고 선진국의 그것에 필적하는 신제품 개발에 매진한 결과다.

그러나 이 업체는 2013~2014년간 농어촌공사 발주 계약을 수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전 공사 고위직원 A씨에게 억대의 자금을 건네 물의를 빚었다. 이달 초 1심 법원은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다른 지역 검찰청에서 수사한 B씨 역시 농어촌공사 직원 출신 브로커다. 농어촌공사와 지방자치단체 발주 공사를 받게끔 도와준다는 명목을 들어 금품을 챙긴 유사 사례로 근래 기소됐다. A씨의 전철을 밟을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이처럼 경쟁력 높은 제품군을 다량 개발해 남부러울 게 없는 업체가 왜 브로커 활용의 유혹을 받는 것인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농어촌공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농업용수 관리다. 농사에 꼭 필요한 게 바로 물. 저수지, 양·배수장 등 전국 1만개를 상회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과 9만9000㎞ 농업용 용·배수로를 통해 영농의 기본 요소인 물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런데 수처리 관련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공사를 따낼 것을 자신하기는 어렵다.

'우수조달물품' 지정을 받으면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제25조 6호에서 수의계약 대상 중 하나로 우수조달물품을 거론(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의2에 따라 지정 및 고시된 물품일 것을 요함)한다. 

그러나 수의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점을 언급하며 과거 한 간담회에서는 "우선구매대상임에도 수의계약을 회피한다"는 지적과 함께 "조달청에서 공문 발송 등으로 도와달라"는 호소가 나오기도 2013년 4월10일 나오기도 했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만 둘러봐도 상황은 쉽게 짐작된다.

단가가 제법 높은 가동보의 경우 3개 업체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검색된다. 수문문비를 검색하면 3개 세부품명 아래 34개 업체가 납품한다는 정보가 나온다. 수문문틀, 수문권양기 등이 함께 검색되는 식이다.

이렇게 모호하고 어중간한 규모의 시장 크기는 자유경쟁체제를 각오하는 대신 오히려 상당수 이뤄지는 수의계약에 집착하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는 풀이다.

경쟁력이 높아도 이를 기반 삼아 독과점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도 없고, 전적으로 투명한 무한경쟁이 보장된다고 자신하기도 쉽지 않으니 수주에 도움을 받자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주요 농업수리시설이 전국에 촘촘히 퍼졌고 관리 시스템이 일목요연하지 않은 점도 농어촌공사 출신 브로커의 활동 가능성에 나쁘지 않게 작용한다. 

저수지 약 1만7000개, 양·배수장 7700여개와 1만8000개를 상회하는 취입보나 1600개를 넘는 방조제 모두가 농어촌공사 수중에 있지는 않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수지 등 관리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저수지를 농어촌공사로 일원화해 개·보수사업을 체계화하는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 논의된 적도 있지만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수지 점검에 농어촌공사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나서는 등 양자가 전혀 독립적이거나 긴장관계를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수관리 문제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어 상당한 노하우를 가진 농어촌공사 출신 브로커가 지자체의 공사 발주 상황에 통로 역할을 하겠다고 개입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독보적 기술력과 무차입 경영을 앞세워 쌓아온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만한 선택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