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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수주 빌미로 브로커 맛 들인 농어촌공사 고위직원들

비리 막기 어려운 특이기류에 서로 뛰어들었나…여러 지방검찰청서 기소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9.06 16: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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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농어촌공사 일부 고위 직원들이 '브로커 노릇'에 푹 빠진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높다.

농어촌공사는 직원수만 약 5100명에 달하는 데다, 영농시설 기반조성에서부터 가뭄·풍·수해 방지, 고품질 농산물 생산 지원 등 업무 범위도 넓다. 사업장도 전국 각지에 촘촘히 포진해 있다. 그만큼 '사각지대'가 많을 수 있다.

과거부터 가짜 노무자를 내세워 임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어 쓰거나 수의계약을 밀어붙여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을 사는 등 잡음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브로커 노릇에 열을 올리면서 경고음이 켜졌다. 이는 변호사법 위반인 것은 둘째치고, 자칫 비리 커넥션의 종합판이 될 수 있는 요소라 세간의 관심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이달 초 공사 고위직을 지낸 A씨는 수문과 모터 등 제작업체인 우승산업으로부터 공사 발주 계약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 실형이 선고되고 부정하게 받은 돈도 추징 대상이 됐다.

또 다른 지역에서도 검찰이 B씨의 브로커 행각을 적발했다. 역시 우승산업에서 억대의 공사 수주 도움 대가를 받은 게 문제가 돼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다발적으로 유사한 문제를 일으킨 데에는 단순히 직원이 많고 조직이 방만한 외에도 다른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인사 투명성과 공정성이 사라져 속칭 '우리가 남이냐'는 기류가 강한 게 문제의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른 공기업 등에 비해서도 추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높은 부분이 결국 터졌다는 것.

감사원은 2012년부터 2014년 9월까지 농어촌공사가 정규직 25명과 계약직 479명을 뽑으면서 공개 경쟁 시험을 치르지 않고 1배수 면접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설명한 조직 규모를 감안하면 대단히 특이한 채용 패턴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열에 하나가 알음알음으로 들어온 게 아니냐는 의혹 대상이다.

이렇게 인사 채용 문제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면, 누가 다른 사람의 문제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내부 정화 기능이 일찍이 마비됐을 개연성도 높다.

브로커 등이 활동하기 적당한 서로 거절하지 못하는 문화가 위부터 퍼졌고, 이런 문제가 뒤에 뽑힌 일부 문제 직원들을 거점으로 관행으로 답습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특정 업체에서 돈을 미끼로 사업 수주에 도움을 얻고자 유혹에 빠지기도 쉽고, 전현직 직원들로서도 그런 브로커 행각에 발을 들이거나 먼저 이를 제안할 수 있는 토양인 셈이다.

실제 직원들의 복무기강이 엉망이라는 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이때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내부 징계·주의·경고 처분만 해도 모두 961건으로 정규 직원 6명당 1명꼴의 징계를 받았고 그중 81명이 파면·해임을 당했다. 횡령, 뇌물, 인사, 업무 태만 등 모든 분야에서 비리가 벌어지고 있다.

부정부패를 막고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감사도 스스로 구설수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라 내부 자정 작용의 사령탑 역할을 기대하기 난망하다는 풀이도 나온다. 현재 감사는 유한식 전 세종시장인데, 딸을 세종시 기획조정실로 발령 내 특혜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농어촌공사는 과거 인사 비리가 터지자 2009년 이를 수습하고자 개방형 인사 심사제 도입을 선언하는 등 여러 대응을 해왔지만 비단 인사 문제가 되풀이되는 외에도 혼탁이 심해지고 있다. 다른 공기업 등에 비해서도 특별히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