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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웃소싱업체 울리는 후지급방식

김경태 기자 기자  2016.09.06 10: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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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통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물건 값을 지불하고, 제품을 수령한다. 또 서비스업의 경우 서비스를 제공받은 후 이에 대한 가격을 책정해 바로 지급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회통념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외상'의 개념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나중에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당장 지급할 금액이 부족하거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 서로 합의하에 이뤄지는 행위다. 

하지만 필자가 한 아웃소싱업체에게 들은 이야기는 합의하지 않은 '외상' 즉 '후지급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웃소싱업체는 한 달 동안 도급을 진행하고, 사용업체로부터 도급비를 정산받아야 하지만 사용업체가 도급비를 제때 정산하지 않고 다음 달이나 두 달 후 지급하면서 아웃소싱업체가 근로자 급여를 선지급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이 아웃소싱업체는 현재 3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근로자에게 선지급함으로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혹자는 이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도급 계약에 따라 계약이 만료되기 전까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도 있지만, 추후 계약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현재 업무에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업무를 진행하는 것. 

문제는 이렇게 결제가 늦어지면서 아웃소싱업체가 도산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는 제언이다. 최근 도산한 한 아웃소싱업체는 도급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지만 사용사의 도급비 지급이 늦어지면서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파산 수순을 밟기에 이르렀다. '사용업체가 제때 도급비를 지급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뿐만 아니라 사용업체의 운영 부실로 결제가 늦어지게 되면 아웃소싱기업 역시 도미노 현상으로 부실을 같이 떠안게 된다. 특히 파견비용은 임금채권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용기업이 파산해도 바로 받을 수 있지만 도급비는 용역대금에 해당돼 먼저 구제를 받기 어려워 아웃소싱업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그나마 자금사정이 넉넉하거나 규모가 크고 여러 고객사에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규모가 작고 특정업체 의존 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후지급방식이 '독'이 된다.

사용업체의 후지급방식에 대해 아웃소싱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결제일이 정해진 것은 알고 있지만 결제일을 사용업체가 임의로 미루는 것은 근로자들의 급여를 선지급하라는 '무언의 압박'과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아웃소싱업체는 근로자에 대한 선지급금이 부족할 경우 대출이나 퇴직충당금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후지급방식은 그간의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용업체와 아웃소싱업체 간 통용된다. 하지만 사용업체의 자금난 탓에 결제일 연기가 반복되면 악순환만 따른다. 더욱이 결제일 연기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건 상생에도 어긋나는 행위다. 업계를 위태롭게 하는 잘못된 관행, 후지급방식은 어서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