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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화의 이사람 10년전] 웨어러블 전성시대…역사적인 '닷 워치'

세계 최초 점자스마트워치 주목…김주윤 닷 대표 "공공인프라 사업 추진…10년 후 세상 바뀌길"

황이화 기자 기자  2016.09.05 19: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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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 전 그를 뜨겁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고 서툴고 덜 영글었더라도 눈부신 오늘을 있게 한 당시의 활화산 같은 열정과 희망, 톡톡 튀는 아이디어까지…. '이사람 10년전'에서는 그들의 '소중한 10년 스토리'를 건조하지 않게 소개한다.

1982년 세계적 권위를 가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는 26세 젊은 IT벤처사업가를 표지에 올렸다. 표지를 장식한 모델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였다.

당시 그는 '미국의 위기 극복자(America's Risk Taker)'로 묘사됐다. 21세 나이로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 '애플'을 만든 잡스는 5년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내 PC업체 최초로 '연간 매출 10억달러 초과'라는 실적을 냈다.

한국의 26세 청년 김주윤 닷(DOT) 대표 역시 세계 최초 점자 스마트워치 '닷 워치'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4년 닷 설립 후 그와 닷을 소개한 곳은 '타임' 영국공영방송 BBC를 비롯해 전 세계 50개국 이상, 500개 매체가 넘는다.

오는 10월 국내 공장에서 양산하기 시작해 오는 11~12월경 출시될 닷 워치는 지름 42㎜에 두께 12㎜, 무게는 33g로 기존 출시된 스마트워치들과 외형은 비슷하다.

그러나 액정대신 액츄에이터(Actuator·동력구동장치)를 통해 30개의 점이 상하로 움직이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표시 기판'이 혁신 요소다.

닷 워치는 △시계 △알람 △메시지·SNS 확인 등 기존 스마트워치가 탑재한 기능들을 대부분 수반한다. 여기에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 교육 시스템도 탑재했다.

김 대표는 "전 세계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은 8000만명이고 시력이 없는 사람도 4000만명에 이르지만 점자 책은 너무 크고 점자 기기가 500만원일 정도로 비싼 게 현실"이라며 "전체 시각장애인 중 2~3%만이 소위 좋은 직업을 갖는데, 얼마나 학습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주목했다.

이어 "이 일이 실패하지 않고 성공해야 보다 많은 시각장애인 아이들이 안마사가 아닌 교수가 되고 장관이 돼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10대부터 써온 '사업노트'…"3번의 사업 실패 후 가치있는 일 찾게 돼"

20대 사업가의 모습은 어리숙하지 않을까하고 짐작했지만 저녁까지 차기작 '닷 패드' 투자 심사를 받고 온 김 대표의 총명한 눈빛과 말, 행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한 에너지는 그러한 짐작을 불식시켰다. 윤기나는 피부만이 그의 젊은 나이를 입증했다.

신뢰할 만한 사업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데는 평범하지만은 않은 그의 10대 시절이 작용됐다.

김 대표는 10년 전,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업노트를 작성하고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이자 IT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사를 설립한 손정의와 스티브 잡스를 좋아해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지금은 성공가도를 걷고 있지만, 닷 설립 전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닷 론칭 전 김 대표는 세 번의 사업 시도와 세 번의 실패를 맛봤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사업을 좋아했지만 전에 사업했던 당시를 돌이켜보면, 스스로 '기계 같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며 "사업을 론칭하고 돈을 벌어도 기쁜 줄을 몰랐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카카오택시나 우버 처럼 트럭을 이어주는 O2O(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 사업을 했었던 김 대표는 나름 독특한 아이디어였음에도 보람이나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김 대표는 "오늘 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하고 싶은 일을 찾길 바랐다"며 "이전까지 사업을 하면서는 멋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면 가치있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닷 워치'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공공인프라 사업으로 확대…"10년 후 세상 바뀌길"

김 대표가 10대부터 사업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아버지 김지호 고문의 영향이 컸다. 김 고문은 20여년 가까이 액츄에이터 관련 일을 해온 전문 사업가로, 관련 분야 지인이 많아 또래와 함께 회사를 설립한 김 대표에게 사업적 조언을 많이 했다.

젊은 벤처 닷이 순항할 수 있는 비결도 바로 시니어와 주니어 간 협업이 잘된다는 데 있다. 젊은 사업가가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내면, 업계에서 오랫동안 안목을 키워온 시니어가 어드바이스를 해 주는 것. 김 대표의 네 번째 사업체 '닷'과 대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닷 개발에 투자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지금까지 투자를 총 51억원 유치했다. 첫 라운드에 11억원, 이번에 40억원을 유치했다. 앞으로 10억 더 유치해야 한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생산하면 단가를 더 낮출 수 있는데 굳이 'Made in Korea'를 고집하는 이유는?
▲세계 최초의 점자스마트워치이자 닷의 첫 시판 제품이다. 최상의 품질로 세상에 내놓고 싶다.

-워싱턴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왜 웨어러블형태인가?
▲사업을 준비하면서 시각장애인을 많이 만나고 그들의 일상도 봤다. 시각장애인 학교 아이들의 일과를 봤는데, 관찰하는 것 만으로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닷 워치의 방향은 저렴해져야 한다는 것과 꼬마 아이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기획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실내에서보다 실외에서 길을 찾거나 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그런 데 쓸 수 있는 디바이스가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또 눈이 안 보이다 보니 옆에 있는 물건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웨어러블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렴해져야 한다고 했는데, 기존 시각장애인용 점자기기기에 비해 얼마나 저렴한가?
▲기존 기기는 보통 500만원정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점자를 잘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적다. 닷 워치는 저변확대를 목적으로 나온 것으로 290달러(한화 약 32만원)이라는 가격에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이 저렴해지다 보니 '시각 장애인인 딸을 위해 사주고 싶다는 사람' 등 가족을 위해 선물해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아 기쁘다.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원더도 선주문을 했는데, 현재 전 세계 13개국에서 19만대 선주문을 받은 상태다.

-'닷 워치'로 뉴스를 읽을 수 있나?
▲읽을 수는 있지만 답답할 수 있다. 표현하는 글자가 한두 글자씩이다 보니. 기존 스마트워치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닷 패드'로는 뉴스를 읽을 수 있나?
▲가능하다. 닷 워치에 탑재된 점자기판은 기존 제품들과 달리 얇아 병렬나열이 가능하다. 그래서 패드 형식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기존 점자 기기가 한 줄을 표현한다면, 닷 패드는 몇 줄을 표현할 수 있다.

병렬나열이 되기 때문에 도형이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데, 그동안 시각 장애인들에게 어려웠던 수학도 더 수월하게 학습할 수 있다.

-닷이 주목하는 사업은 또 무엇인가?
▲공공인프라 분야다. 시각장애인들이 공공건물만큼은 쉽게 접근하고 길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전 세계 20개국을 돌아다녀 보니, 점자가 없는 나라는 없지만 '죽은 점자'라고 불릴 만큼 시각장애인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이를 실시간 디스플레이로 바꿔 보다 실용적으로 해보자는 계획이다. 지하철 보도블록과 문에 센서를 설치해 위치정보가 닷 워치로 전달되게 하려고 한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 내 지하철 수주협상을 하고 있다.

-10년 후가 더 기대된다. 어떤 모습을 상상하나?
▲우리가 잘 한다면 10년 후의 시각장애인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이 실패하지 않고 성공해야 보다 많은 시각장애인 아이들이 안마사가 아닌 교수가 되고 장관이 돼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실패 하더라도 우리의 가치는 길이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