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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앱 도용 논란…사실에 입각한 신상도용은 '무죄'

1인 1계정·실명제·관련 처벌법 등 대책 마련 시급

임재덕 기자 기자  2016.09.05 15: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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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인천에 사는 김모씨(27·여)는 일을 마친 뒤 스마트폰을 켰다. 오늘따라 모르는 남자들의 연락이 많았다. 대부분 '눈이 예쁘다' '나랑 자자' '만지고 싶다' 등 성추행에 가까웠다. 누군가 김씨의 사진과 핸드폰 번호를 소개팅 앱에 게시한 것. 놀란 김씨는 게시자를 잡기 위해 바로 경찰에 연락했지만, 관련 법률이 없어 어쩔 수 없다,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라는 답변만을 받았다.

소개팅 앱 도용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관련법의 부재가 논란되고 있다. 수백만명이 사용하는 앱에 타인의 사진과 연락처를 게시하며 '성적인 발언'으로 게시물을 작성, 수십명의 남성들에게 성추행에 가까운 연락을 받아도 처벌할 수 없기 때문.

김씨에 따르면 전혀 사용한 적도 없던 '하이데어'라는 소개팅 앱을 통해 하루에도 수십건씩 낯선 남성들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받는다.

김씨는 밤만 되면 오는 남성들의 성추행적 발언을 참지 못하고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신고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관련 법규가 없기 때문에 최초 유포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면서 "성희롱적 댓글을 단 사람들에 대해서만 민사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관할 경찰서에 다시 문의하라"고 했다.

이에 김씨는 관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신고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관할서 역시 "최초 유포자 처벌은 법에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 불가능하다"면서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라"는 답변만을 내놨다.

김씨는 "최초 유포자를 제외하고 댓글을 남긴 사람만 처벌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유포자가 100개의 앱 및 게시물에 연락처를 남기고 '연락 주세요'하면 자신은 수천명의 댓글러들에 소송을 걸어야 하는 것이냐"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는 또 "불편함을 감수하고 전화번호를 변경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이데어는 가입 시 아이디와 비밀번호, 핸드폰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핸드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는 정확히 입력하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어 1인 100계정도 가능하다.

이에 하이데어 측은 "피해자가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해 신고할 경우, 상대방에 이를 알린 후 게시물을 내린다. 물론 반복된다면 계정을 영구 정지도 불사한다"면서도 "가해자가 다른 계정으로 가입해 반복적으로 게시물을 등록하면 우리도 막을 방법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럴 경우에는 피해자가 경찰 측에 신고를 하면 된다"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황당한 대법 판결 "인적사항 도용 외 거짓 적시한 바 없어 무죄"

경찰에 신고해도 마땅한 구제책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 대법원원은 소개팅 앱 인적사항 도용에 대해 '인적사항 도용 외 거짓을 적시한 바 없어 무죄'라는 황당한 판결을 내렸다.

20대 회사원 이모씨는 교제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그가 강모씨와 교제 중인 사실을 알게 된 뒤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이씨는 소개팅 앱에 사진부터 성별, 나이, 직업, 키 등 강씨의 인적사항으로 가입한 뒤 강씨의 이름과 연락처가 자신의 것인 양 남성들에게 알려 강씨에게 전화가 가도록 했다.

결국 강씨는 이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거짓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으나 "피고인이 남성들과 채팅을 하면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마치 자신인 양 가장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에 해당할 뿐 피고인이 어떤 거짓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소개팅 앱은 국내 마켓에 등록된 것만 150개가 넘는다. 모두 통제하기는 어렵다"면서 "정보유출 및 명예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1인1계정 정책이나 실명제로 전환해 게시글에 대한 책임감을 고취시키거나, 정부 측에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