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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카카오 헛기침에 독감 걸린 스타트업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사장 기자  2016.09.01 17: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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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교통분야 O2O 서비스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이제 생활 서비스 전 분야로 확대해 O2O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카카오 택시 성공으로 'O2O 서비스하면 카카오'라는 인식은 일반인에게도 널리 각인되고 있다.  

국내 O2O 서비스 시장은 스타트업 규모의 수많은 팀들이 '정보비대칭성'과 '불합리한 시장구조'를 개선해 시장혁신을 이루고자 각자의 사업아이템을 갖고 진출하는 추세다. 이 중 카카오가 진출해 장악한 시장도 있고, 향후 진출을 선언한 시장도 있다. 

기존 시장의 불합리함을 혁신하고, 시장의 크기를 확대해 활성화하는 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같은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에게는 버거운 경쟁자이자 상생할 동반자가 생긴 것이다. 

스타트업이 성공 할 수 있는 동력이 시장을 혁신할 아이템과 운영자금이라고 볼 때, 국내 스타트업 투자 환경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자 환경은 투자사가 많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때 활성화된다. 

투자금의 회수 방법은 IPO, M&A 등으로 미국의 경우 M&A가 활발해 스타트업 회사들이 투자 기회를 많이 받고 있다.

국내 투자회사(VC 기준)는 100여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3~5년의 기간으로 운용되는 펀드로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투자금 회수 방법 중 IPO는 평균 12년이 소요되고, M&A는 전체의 1% 이하라고 한다. 한마디로 투자사가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녹록치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여러 VC들이 함께 투자해 리스크를 분담하는 클럽딜(한 회사에 공동 투자)이 활성화돼 있고 어떤 이슈로 한 투자사가 '투자 거절'이 되면 나머지 투자사들도 보류나 거절 쪽으로 돌아서는 사례가 흔히 있을 정도로 리스크 분산을 위해 단독 투자는 잘 하지 않는다.

이러한 국내 투자 환경이 '카카오가 헛기침을 하면 스타트업은 독감에 걸리는'이유다. O2O 성공의 아이콘인 카카오가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만으로 투자환경이 얼어붙어 스타트업은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실제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면서 투자를 앞둔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에 실패해 폐업했고, 지난 5월 카카오 분기 보고에서 가사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는 뉴스로 한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에 실패해 역시 폐업하게 됐다. 

또 다른 가사서비스 O2O 시장의 선두기업도 다수 투자사로부터 수십억 규모의 투자 유치를 거의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그동안의 사업 성과와 무관한 '카카오 이슈'로 투자가 거절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8월, 카카오는 2016년 하반기에 출시한다던 카카오 홈클린 출시 일정을 2017년 상반기로 연기했다는 짤막한 기사로 마무리했다. 이것이 바로 헛기침이다.

만약 카카오가 지난 5월 홈클린 출시 '헛기침'을 하지 않았다면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은 성공적으로 투자 유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카카오가 O2O 서비스의 발전과 혁신, 국내 VC의 투자 환경, 이미 진출한 스타트업 기업에 미칠 영향을 사려 깊게 헤아렸다면 이렇게 무책임한 시장 진출 발표와 연기는 없지 않았을까. 거대 플랫폼을 보유한 유명 기업의 헛기침 한 번으로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투자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