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비스산업의 급속한 확장으로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경제가 '서비스사회화'되는 추세다.
현재 서비스산업은 전체 GDP의 65%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인구의 70%를 차지하는 거대한 주력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 규모에 걸맞게 서비스산업에는 다양한 업종과 직종이 존재한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그중 감정노동을 하는 서비스노동자들은 무려 800만명에 달한다.
고객을 만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면서 자신의 감정과는 다른 감정표현을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감정노동'이다. 그 과정에서 숨겨져 있는 감정과 겉으로 표현하는 두 가지 감정 간의 부조화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신과적 증상이나 질병을 얻게 되는데, 이를 '감정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1983년 미국의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는 '감정노동'이라는 책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하면서 살아가지만, 그 감정이 기업들에 의해서 노동의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감정노동(감정의 상품화)이 된다고 최초로 개념화했다. 그 후 감정노동은 여러 나라에서 연구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수십 차례의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감정노동자가 일하면서 격어야 하는 감정의 상처를(심지어 생명을 포기하는 일까지 생기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성찰하고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라면상무' '빵회장' '땅콩회항' 등 사건을 통해 일반 시민들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아울러 올해 초 국회에서는 금융부문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은행법 등 6개법안)이 통과됐고 20대 국회에서도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나 그 법의 내용들이 실제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발적인 의지는 물론 소비자정책의 전향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한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고객친절경영' '고객만족경영'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과연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직원(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내부시스템을 갖추려고 할까? 의구심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이를 바꾸기 위해서 나서기 시작했다. 국내 유력 소비자단체들은 지난 3년간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소비문화 조성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나서게 된 주된 이유는 감정노동자들이 결국 우리의 이웃이고 가족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엔 감정노동종사자들을 위한 보호조례 제정도 붐을 이루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시에 이어 광주시가 감정노동종사자 보호조례를 제정했고 경기도의회도 추진 중이다.
이렇게 감정노동의 문제해결을 위해서 관련당사자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가고 있지만 가장 더디게 반응하는 집단은 기업들이다. 감정노동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인데도 말이다.
필자는 기업들이 이런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싶다. 감정노동문제 해결은 곧 기업이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강규혁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