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에 있는 11개 도크(선체를 구성하는 선박 블록을 만드는 시설) 중 제4도크를 일감이 없어 가동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1972년 창립한 이후 일감이 부족해서 도크를 폐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유가와 세계경제 불황 등으로 야기된 조선업 침체가 벼랑 끝까지 왔다. 해운·조선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전 세계 선박발주량은 72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시기 2282만CGT의 30%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각 국가들도 조선업종 몸집 줄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세계 조선시장의 과잉공급의 주범이었던 중국이 가장 열심이다.
중국 조선산업은 2000년대 초반 정부의 장려책과 지원책에 힘입어 급팽창했다. 전 세계가 수주절벽에 빠진 지금도 중국은 자국 선주들의 발주에 힘입어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현재 전 세계 수주잔량은 9818만CGT로 중국은 그중 30% 이상인 3604만CGT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 꺼풀 벗기고 들여다보면 중국의 상황이 한국보다 오히려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18일 산업연구원의 베이징 지원은 조선시황의 불황으로 중국의 중소형 조선업체들 중 현재 40% 이상이 유휴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또 클락슨 리서치의 보고서는 중국 조선소 총 667곳 중 현재 가동 중인 조선소는 171곳에 불과하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지금은 발주를 쓸어 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로기상태"라고 말한다. 중국이 유럽 등 다른 선사들의 발주를 따올 기술력이 빈약해 자국 선사의 발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과거 일본의 구조조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일본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실패한 구조조정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지난 1970년대 이후 오일쇼크로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일본은 원가경쟁력을 낮추고 부피를 줄인다는 명확한 구조조정 계획을 지향했다.
일본은 구조조정 이후 '표준선박' 정책을 선택, 모든 배를 표준화시켜 똑같은 설계의 배를 만들어 파는 형태가 됐다. 그 결과 지나친 구조조정으로 저부가가치 벌크선 위주의 산업재편을 감행함으로써 컨테이너선이나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이는 선주가 선박 건조과정에 얼마든지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는 조선업계의 특성상 비효율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2008년 이후 해양플랜트를 비롯한 고도화설비가 조선업의 향후 먹거리사업으로 떠올랐을 때 일본은 설계를 비롯한 고급인력이 없어 수주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저유가가 닥친 현재 해양플랜트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개점휴업'과 같은 상태로 돌입하면서 일본의 집중 전략이 들어맞고 있는 추세다. 국제유가가 전반적으로 하향세인 현재 발주가 이루어지는 선박은 VLCC 등 부가가치가 낮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박이 대부분이기 때문.
실제로 7월 발표된 수주잔량은 한국이 2387CGT, 일본이 2213CGT로 근 12여년 만에 양국 간 차이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처럼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과감하게 업계의 체질을 바꾼다는 명확한 방향성이 있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그저 이 시기만 어떻게든 넘기려고 하는 현재의 구조조정으로는 그 어느 쪽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아직 중국의 기술력보다 우리가 앞서 있는 상태"라면서도 "그러나 중국이 '극지 쇄빙선' 등 첨단기술로 무장하는 상황에서 언제든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중국의 역전 가능성을 점쳤다.
이미 중국에게는 규모에서부터 밀리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 기술력까지 뺏긴다면 단기 구조조정으로는 복구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이 예상된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조선업계의 미래에 대해 더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