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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대형마트 '상생' 위해 진심 맞손

이마트, 노브랜드 당진 어시장점 오픈…2010년 이후 첫 사례

백유진 기자 기자  2016.08.31 15: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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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충청남도 당진시에 국내 최초로 스페인 '산타마리아 시장' 모델이 등장했다. 산타마리아 시장은 기존 전통시장 내 대형마트가 공동 입주해 관광명소로 변화한 사례다.

이를 기본 삼아 이마트(대표 이갑수)는 당진 전통시장 내 위치한 당진어시장 2층에 '상생스토어'를 열어 상생의 새 모델을 만들겠다고 31일 밝혔다.

당진 상생스토어는 1층에는 1650㎡ 규모의 당진어시장, 2층에는 △이마트 노브랜드 전문점(410㎡) △노브랜드 카페(50㎡) △장난감도서관(280㎡) △푸드코트(250㎡)가 입점한다.

당진 상생스토어는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된 후 전통시장과 같은 건물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국내 첫 사례로 꼽혀 향후 사업진행 방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1km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을 규제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전통시장의 자발적 합의가 있을 경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1km 반경 내에도 입점이 가능하다"며 "이마트·당진시·시장 상인이라는 3대 주체가 원활한 합의를 이뤄 상생스토어를 오픈,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상생스토어는 당진시에서 먼저 제안 후 이마트에서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생사례와 차별점을 지닌다는 제언이다.

지난해 6월 현대화작업을 통해 새 건물에 입주한 당진어시장은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서울 중곡제일시장과의 상생사례를 접하고 이마트 측에 당진시장 내 상생스토어 입점협의를 요청했다. 이에 당진시청과 이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상생스토어 운영에 대한 협의에 돌입, 지난 6월 '이마트-당진시-당진시장-당진어시장, 4자 상생합의'를 체결했다.

이마트는 '상생스토어'라는 새 형태의 상생모델을 창조한 만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먼저 당진시 인구 중 30~40대 젊은 층의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가성비가 높은 950여종의 노브랜드 상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했다.

아울러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상품구성에서 축산·수산·과일·채소 등 신선식품을 매대에서 뺐다. 신선식품의 경우 대형마트 매출의 높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당진 시장과 당진어시장으로 구매를 유도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는 국내 대형마트 중 이마트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진 상생스토어 연간 매출 목표는 17억원"이라며 "상생스토어는 수익사업이 아닌 당진시와의 상생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매출 목표를 높게 설정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이마트는 노브랜드 전문점 이외에 시장 방문 고객과 상인을 위한 부대시설도 확충해 지역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부모를 따라 온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놀이시설과 함께 장난감을 무료 대여해주는 '희망장난감도서관'을 마련한 것.

자녀와 함께 노브랜드 당진 어시장점을 찾은 한 주부는 "당진에는 유통시설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 안에 대형마트와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갖춰져 좋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쇼핑 도중 음료와 다과를 즐기며 쉬어갈 수 있도록 소규모의 노브랜드 카페도 갖췄다. 당진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의 푸드코드도 조만간 조성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상생프로그램을 적극 연계하고 매장 운영과 관련한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경영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어시장 활성화에 힘쓴다는 구상이다. 이마트 구매 인프라를 통해 노브랜드에 판매하지 않는 신선MD도 상인회에 공급한다.

정제의 당진전통시장 상인회장은 "당진어시장 시설 현대화작업 후 어떻게 하면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이마트와 협력을 결정했다"며 "젊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장난감도서관과 저렴하면서도 깔끔하게 포장된 노브랜드 제품들을 통해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대형마트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대형마트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공 여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장 상인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마트 측에서 신선식품 품목을 제외하고 추후 문제되는 품목을 제외해주기로 합의하면서 시장 상인들의 마음이 움직이게 됐다"고 첨언했다.

실제로 당진어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이씨는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와 시장이 활성화돼서 좋다"며 "어제(30일) 오픈 행사에 기존에 비해 3배 이상의 방문객이 찾았다"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이갑수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브랜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1등'으로 꼽히는데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가공식품과 비식품 중심으로 상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성격이 전통시장과의 상생 모델로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여기 더해 "당진 상생스토어를 성공 사례로 만들어냄으로써 이마트가 당진시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해당 사례가 널리 알려져 타 전통시장이나 지자체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노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마트는 중곡점과 일산점, 사당점 등 전통시장 내 반경 100m 이내 위치한 기존 에브리데이 점포를 상생스토어로 전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