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강아지를 다섯 마리까지 키워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2015년 7월 고양이 한 마리는 '문제없다'며 호기롭게 '턱시도냥'을 입양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어떤 동물과도 교감이 가능하다는 게 평소 제 생각이었는데요. 강아지, 열대어, 뱀, 거북이,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을 키워봤지만 고양이는 정말 여러 의미로 '하늘이 내린 동물'이더군요. 2년차 초보 집사가 겪은 '좌충우돌 냥덕입문기' 지금 시작합니다.
드디어 저에게도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생긴 적이 없을 수는 있어도 한 번만 생기지는 않는다는 '고양이 턱드름'이 반려묘 후추에게 발견된 것입니다.
가족이 된지 1년 하고 한 달 동안 예방접종과 중성화수술 말고는 병원에 간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녀석이었는데요. 하필 턱밑이 거뭇거뭇 모양 빠지는 '턱드름'이 발생할 게 뭐랍니까.
화장실도 더러우면 사용하지 않고, 사료그릇과 물병에 먼지가 떠 있으면 먹지 않을 만큼 예민하면서도 깔끔한 동물이 고양이인데요. 그래서 나름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간 필자가 집사노릇을 제대로 못했나 봅니다.
고양이 턱드름은 고양이에게 생기는 여드름인데요. 주로 턱에 많이 발생해 턱드름이라고 부릅니다. 턱에 후추를 뿌려놓은 것 같은 검은 면포(모낭에 각질이 차 있는)와 딱지가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블랙헤드로 볼 수 있겠네요. 급하게 찾은 병원에서는 고양이들에게는 워낙 흔한 증상이라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저는 미안함이 앞섰습니다.
턱드름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생상태, 스트레스, 바이러스 감염, 면연력 감소 등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턱은 그루밍이 불가능한 곳이라 턱 부문에 사료 찌꺼기가 남아서 생긴다는 설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그릇이나 사료를 바꿔주면 호전된다는 선배집사들의 조언도 일맥상통한 듯한데요. 턱에 사료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그릇을 매번 깨끗하게 씻어주고, 깊으면서 오목한 그릇보다는 넓은 그릇, 플라스틱 보다는 사기나 유리그릇이 턱드름 예방에 좋다네요.
턱드름이 고양이들에게는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라고는 하나 재발가능성이 높고 상태가 심해지면 세균의 추가 감염으로 최악의 경우 피부가 괴사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초보집사라면 인터넷에 떠도는 녹차티백, 클린징워터, 올리브오일, 과산화수소 등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보다 일단 병원에 내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양이 턱드름으로 병원에 다녀온 지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후추의 오른쪽 앞발이 사진 속 모습처럼 엄청나게 부어올랐습니다. 오후 7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앞발이 세 시간만에 부어올랐으니 저는 또 한 번 멘붕에 빠졌습니다.
그나마 다니는 병원이 야간진료가 가능해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수의사도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는데요.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착지하는 과정에서 다리를 삐었을 수도 있고, 벌레에 물렸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엑스레이'까지 찍어봤지만 뼈에는 이상이 없었고, 발이 부은 것은 확실하니 소염제와 진통제를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발생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직후 후추가 입을 벌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 아니겠어요.
이번 증상은 '고양 개구호흡'. 말 그대로 입을 벌리고 숨쉬는 증상인데요. 강아지들이 입을 벌리고 혀를 내민 채 헥헥거리며 숨을 쉬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고양이들의 경우 이 같은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집사 역시 많이 놀랐습니다.
눈까지 동그랗게 뜨고 숨을 헥헥거리니 병원에 다녀온 게 뭔가 잘못됐나 싶어 담당 수의사에게 문의했습니다. 놀란 집사와 달리 수의사는 역시나 평온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덥거나 답답함을 느낄 때 고양이도 개구호흡을 한다네요.
갑자기 낯선 장소로 이동하거나 차로 어딘가에 가게 되는 경우, 동물병원에 갔을 때나 이사를 갈 때도 스트레스를 받아 종종 개구호흡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인데요.
평소 드라이브도 즐길 줄 알고, 낯선 곳에 갔을 때도 이 같은 증상이 없었으니 아마 우리 후추의 경우 처음 찍어본 '엑스레이'가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후추 담당 수의사는 "괜히 안아주거나 쓰다듬지 말고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놔두면 30분에서 한 시간 이내로 멈춘다"며 "그때도 개구호흡이 계속되면 다시 내원하라"고 말했습니다.
다행스럽게 후추는 3분 내외로 짧은 개구호흡을 멈췄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료도 먹고 장난감으로 놀며, 애교도 부렸습니다. 퉁퉁 부은 후추의 앞발도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던 듯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보름 사이 두 번의 내원으로 빠져나간 병원비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쓰리지만, 고양이들은 아파도 티가 잘 나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에 이상증세를 보이면 그냥 넘기지 말고 내원하는 것이 반려묘와 오래 건강하게 함께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